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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삼밀행을 위하여…

밀교신문   
입력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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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환경칼럼에 기고된 사람 사회가 나무숲 절반만 닮았더라도를 읽으면서 나무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무언의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마음이 한동안 먹먹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아름답고 장엄한 자연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자연이 전해주는 가르침을 알아차리며 나 자신의 좀 더 나은 삶, 즉 삼밀행을 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환경칼럼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여름철에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조치한 전나무를 그 옆에 있던 자작나무가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양분 일부를 나누어 주는 것이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 그리고 가을철 자작나무가 잎을 떨군 다음 실험했을 때는 거꾸로 전나무가 자작나무로 양분을 전달해 주었다. 침엽수라서 여전히 잎을 달고 있는 전나무가 광합성을 멈춘 자작나무로 영양분을 나누어 준 것이다. 신비로운 나무들의 이타심에 추워진 날씨마저 순간 잊어버릴 정도로 마음이 훈훈해지고 몸도 덩달아 따뜻해진다.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의 제목처럼 우리 사람들도 나무숲 생태의 나눔과 자비를 절반만이라도 닮으면 좋겠다.

 

나무들의 이타심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데, 나무들의 이타심을 닮은 조선 시대 지식인이었던 신무 선생님이 떠올랐다. 신무 선생님은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은 큰 뜻이 있었으나 신분의 한계로 벼슬에 나갈 수 없자 고향인 동해의 고성현으로 가려고 하였다. 그때 고성에 과일이 귀함을 알고 씨를 뿌려 과일나무를 많이 퍼뜨릴 생각으로 과일나무 씨앗을 많이 챙기는 선생님에게 어떤 사람이 선생님은 나이가 많아 열매를 맺기도 전에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뭣 하러 쓸데없는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으니 신무 선생님이 답하기를 군자는 자신의 능력이 자신만을 위해 쓰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네. 나는 내가 할 일을 할 뿐이고, 내게 이로운가를 생각하지는 않는다네.” 신무 선생님은 자신이 심은 과일나무가 열매 맺는 것을 보지 못하더라도 과일이 귀한 마을에 과일나무를 많이 심어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나무숲 생태와 신무 선생님의 나눔과 자비는 종조님께서 강조하신 진실한 삼밀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널리 베푸는 희생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끝없는 이기적 욕심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주위에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우리 삼밀행자들은 신무 선생님과 나무들처럼 남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범한 뭇별들이 모여 함께 빛을 낼 때 밤하늘이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듯, 우리들의 예쁘고 따뜻한 삼밀행이 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리라 생각된다

 

여원성 전수/부천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