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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준비되셨습니까? 다 준비하셨습니까?

밀교신문   
입력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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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반적으로 작은 일이 든 큰일이든 삶의 희망,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한다. 일상적인 삶의 준비는 열심히 하지만, 진리(무위)적 입장에서 각자의 인연, , 마음의 준비를 등한시하는 모습이 보일 때면 때론 애처로울 때가 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새해맞이 불공을 기점으로 원년부터 우리 종단에서는 신년이 되면 새해(대서원)불공, 새해49(7자성)불공, 두 번의 월초불공과 동시에 새로운 새해의 살림살이를 살아간다.

 

···풍 사대의 움직임을 통해 지난해를 살고, 동지를 전후로 생명력 있는 계절의 움직임을 우주는 소리 없이 자연을 준비하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도 채비를 통한 참회, 서원, 불공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설익음을 벗어난 농익은 과일처럼) 모든 법은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인연에 따라오고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상태에서 무심코 다가오는 법을 받고 실천할 것이 아니라, 이젠 법의 채비 자기신행(信行)의 준비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시대에는 물론 상대적 교화도 필요하지만, 종단의 나이는 80세를 바라보고 있고, 신흥종단의 허물을 벗고 그에 걸맞은 100년을 준비하려면, 우리의 정서와 정체성을 가지고, 기존의 행해오던 불교 색을 가진 신행과는 전혀 다른, 종조님의 사상적 기반인 자주 자주력을 바탕으로 자기반성과 자기비판으로 지금 시대에 맞는 각자의 신행과 자기 내면(유위와 무위)의 교화를 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객관적인 인연, , 마음을 기준으로 수행의 직·간접적인 원인, 과정에 의한 결과를 살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피지 못하고 있고, 항상 즉신성불, 해탈을 논하면서, 모든 일에 걸림 없이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상인 것처럼, 자주를 통해 선행되어야 할 스승, 신교도, 심인당, 종단에 이르기까지, 법에 걸림 없는 방편으로 해탈(벗어난다는 의미)해야 할 때이다. 때문에 서원을 위한 서원, 불공을 위한 불공이 아닌, 형식적 피면의 계행을 벗어난, 각각의 인연과 근기에 맞는 깊이 있는 실질적인 심공(여실지자심(如實知自心):실상같이 자기 마음을 아는 것)을 해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본다. 그래야 어떠한 각자의 인연도 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Who) 참회하고 있습니까?/무엇을(What) 서원하고 있습니까?/어디서(Where) 불공하고 있습니까?/어떻게(How) 정진하고 있습니까?/언제(When) 회향(은혜)하고 있습니까?

 

글을 쓰고 있는 자신도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다. 부처님과 종조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의 체득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등에 떨어진 인연 때문에 무시광대 겁으로부터 금일에 이르기까지 선행된 인연을 무시할 수도 없고, 지난 시간보다 맞이할 시간의 여유가 더 있다면, 크고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난 후 자신의 변화와 성숙을 위해서 인연, , 마음의 준비를, 형식을 벗어난 자기의 달라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의 채비가 필요할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엄에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깨달음의 마음을 내는 그 안에 이미 깨달음이 성취되어 있다는 뜻으로, 처음 보리심을 내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있는 것처럼 우리 초()심 얼마나 지니고 있을까요?

 

지금 무엇하고 계십니까

 

석인 정사/덕화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