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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은 부처님을 통해 말하고 싶어한다

밀교신문   
입력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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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은 아이가 연꽃 길을 헤치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꿈을 꾼 것이 30년 전의 일이다.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아이는 일생 동안 우리 내면에서 살고 있다.”고 프로이트는 말했다.

 

시공간을 초월해 누구나 내면에 상처 입은 내면 아이가 살고 있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그래서 외롭게 내버려둔 채 안아 주지 못했던 외로운 아이가 있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있다. 때로는 삶이 우리 계획과는 다르게 다른 길로 인도한다면 아마 그것은 십중팔구 그 길은 자신의 가슴이 간절히 원한 길일 수도 있다.

 

올해 갑진년 새해대서원 불공은 아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간절함을 넘어 지독한 절박감으로 느껴졌으리라. 평소와는 다르게 3시간 정진을 통해 서른쯤에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살 때가 되었다는 강력한 계시의 메시지(법문)를 받았을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취준생이었던 아들은 간간이 해외자원봉사 활동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종단의 청소년단체인 비로자나청소년협회서 진행하는 해외국제청년자원봉사 프로그램은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 꾸준히 참석해 온 셈이다. 아들은 대학서 청소년 상담학과를 전공했다. 아들의 치유되지 못한 내면 아이는 지금 몇 살에 머무르고 있을까. 어쩌면 종단 소속의 비야(VIYA)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어렵고 힘들 때마다 부처님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할 것이다.

 

올해도 아들은 비야(VIYA)에서 진행하는 해외국제청년자원봉사를 무사히 회향하고 31일에 도착했다. 새해 49일불공 회향과 더불어 3월 월초불공은 그렇게 무사히 지나갔다.

 

종단서 315일 서울로 올라오라는 전갈이 왔다. 살면서 아들에게 여러 번 표식(당체법문)은 있었다.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으나 보지 못했을 뿐 매번 있었다. 그렇게 아들이 비야(VIYA)와 인연이 된 것은 부처님 인연의 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부처님 원력의 인연으로 서울로 갈 수 있었다. 세속적인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부처님 법문을 굳게 믿고 따라가다 보면 더 좋은 결과로 돌아왔으며, 그 길이 가야 할 길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날마다 삶 속에서 부처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본심뿐이다. 오롯이 심인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픔의 시작은 다른 사람에게 있을지라도/ 그 아픔 끝내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이라는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주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그런 사람>이라는 류시화의 시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어디서 읽었던가 옛날에 한 천하장사가 있었는데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무게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는 삶의 중심에서 보이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실 마음이란 색깔도 모양도 무게도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것도 가장 작은 것도 마음 따라 변화와 성장을 거듭한다.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을 믿고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삶의 모퉁이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당신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요구할 것이다.

 

신뢰와 믿음이 그 어떤 슬픔과 아픔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끝없이 실패와 좌절을 견디고 이겨내야만 한다.

 

서울로 떠나던 날 가만히 아들을 안았다. 만감이 교차했다. 아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든지 너 자신을 잘 보살피거라. 부디 부처님 너른 품 안에서 자유롭기를, 고마워요, 다시 만나요.”이기를

 

봄이 오는 길목 언 땅 뚫고 막 수선화꽃 피우는 경이로운 세계를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그러하기를

 

수진주/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