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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를 반대한다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7-16  | 수정 : 200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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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를 폭파해 168명을 숨지게 한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33)의 사형집행이 6월 11일 인디애나주 테러호트 교도소에서 있었다. 맥베이는 처형에 앞서 주어진 지상에서의 마지막 4분을 아무런 최후 진술도 하지 않은 채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라는 영국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대표시 '인빅투스'의 구절을 읆조렸다. 맥베이 사형이 집행되면서 미국 사회는 사형제 유지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형제도가 인간의 편견과 실수, 고집 등에 의해 잘못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6월 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사형제도 폐지, 우리 모두의 힘으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6개 교단이 모여 결성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가장 파렴치한 그 순간의 모습'일 때 죽어야 하는데 '가장 선한 인간의 모습'인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하는 '기막힌 모순'과 국가가 타인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빼앗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를 때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이윤희(43)씨는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면 범죄도 많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10년 전부터는 소년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 씨는 "네 종교 내 종교 따짐없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우리 모든 종교인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교는 생명에 대한 자비를 으뜸 덕목으로 삼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999명의 사람을 죽이고 친어머니까지 살해하려 했던 앙굴리 말라를 진심으로 참회시켜 제자로 받아들였고,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었으나 3역죄(逆罪)를 짓고 무간지옥에 떨어진 제바달다에게 성불할 수 있는 수기를 내려주었다. 그것은 진심으로 개과천선(改過遷善)한 살인자를 제도하려는 인간존중사상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출요경'에서는 "본래 자기가 지은 것은 자기가 스스로 받나니, 악을 지었을지라도 스스로 고치면 강철로 구슬을 뚫는 것 같다"며 진정한 참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숫타니파타'에는 "산 것을 몸소 죽여서도, 남을 시켜 죽여서도, 그리고 죽이는 것을 보고 묵인해서도 안 된다"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사람의 목숨을 인위적으로 끊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명존중사상을 설하고 있다. 이것은 살인자라 할 지라도 진심으로 참회하면 죄를 사하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살생중죄 금일참회'의 생명존중사상을 교리적 배경으로 하는 불교가 아니던가. 이제 이 땅에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원수와 보복의 문화를 사랑과 자비의 문화'로 바뀌도록 모든 불자들이 사형제도폐지운동에 적극 동참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