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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실천합시다

손범숙 기자   
입력 : 2001-09-18  | 수정 : 200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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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좀 나눠도 될까요."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가고 있던 기자의 옆자리에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앉더니 대뜸하는 말이다. 나는 흔히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도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이겠거니 하며, 보던 책에 눈을 떼지 않고 고개만 가로 저었다. 그러자 대뜸 하는 말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입니다. 혹시 예수님 믿으세요?" 그 여자를 빤히 한번 쳐다보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쪽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성경의 한 구절을 읊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는 불자입니다. 그러니 다른데 가서 알아보시죠."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개인의 믿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예수님이 말씀하시길…."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서 '몹시 불쾌하다'고 말했더니,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겠다며, 또 성경의 한 구절을 읊어주고는 다른 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자리를 떠나고 왠지 모를 떨떠름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도 부처님을 믿으라고 한 마디 해 줄 걸 그랬나?' '나도 누군가에게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며 설득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물론 막무가내로 예수님을 믿으라고 한 그 사람의 행동이 잘한 것이라는 생각은 없다. 누구에게나 신앙에 대한 자유는 있고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녀가 실제로 어떤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의 신분으로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고한 신념 하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면, 그 용기와 신앙심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또 과연 내가 저런 입장이었다면 얼마나 조리 있게 불교의 교리를 설명할 수 있을지, 한편으론 부끄러운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자기 수행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먼저 알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남들에게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진언행자의 자세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