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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복전쟁 반대한다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9-28  | 수정 : 200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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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이 납치한 비행기를 캠프화이어 하듯 날려보내던 브루스 윌리스가 또 '다이하드' 속편을 찍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었다. 헐리우드의 영화적 상상력이 총동원된 그 어떤 영화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강타한 비행기 테러를 담아낼 수는 없을 듯하다.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었고, 세계는 분노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21세기 첫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의 보복전쟁 타깃은 얼마 전 간다라의 대표적 유적인 바미얀 석불을 무참하게 파괴해버린 탈레반 정권과 오사마 빈 라덴이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 논에서 피 뽑듯 그들만 솎아서 제거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무차별 폭격은 총과는 무관하게 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게 될 것이다. 걸프전에서 그러했듯, 유고에 퍼부은 융단폭격에서 그러했듯, 맑고 그윽한 검은 눈망울의 '천국의 아이들'이 또 죽어갈 것이다. 이번 테러는 그 동안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국가 테러를 저질러 온 미국 지배세력의 반인륜적·반도덕적·반평화적 대외정책의 소산이라는 데 많은 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서 보듯이 미국이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제3세계 민중들과 지도자들에 대해 수많은 테러를 자행해 왔다는 것은 해제된 미국 정부 문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1975년 4월 30일. 오늘은 월남이라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불쌍하다..." 기자가 어린 시절 쓴 일기장의 이 내용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흘러 역사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고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한 베트남이 역사에 자랑스럽게 기록한 날이었고 동시에 '세계 경찰국가'임을 자처하며 미국이 벌여온 안하무인식의 외교 정책이 패배한 날이었다고 말이다. 미국은 막강한 러시아 군대와의 10년 전쟁에서 승리한 아프가니스탄과의 일전을 불사하기 전에 '아무런 명분도 찾을 수 없었던' 월남전을 상기해봐야 한다. 이번 테러로 인한 그들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미국의 폭력에 의해 세계 인류가 겪어 온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되돌아 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