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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시험전쟁

허미정 기자   
입력 : 2001-11-17  | 수정 : 200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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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라는 것을 날씨가 먼저 알았다. 그동안 그렇게 따뜻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위를 몰고와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그렇게 쌀쌀한 새벽이었지만 수험생을 위해 불공하는 학부모들은 어김없이 심인당을 찾았다. 6년 전 기자가 수능시험을 치던 날이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새벽정진를 하기 위해 냉기가 웃도는 심인당을 찾았다. '시험 잘 치게 해주세요.' 이날 모든 수험생들의 바람처럼 서원을 빌던 기자의 옆에는 딸의 합격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가끔 심인당을 찾던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여느때와 달리 부처님을 향하는 마음이 간절함이 느껴졌다.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오로지 자식을 위해 일념을 다하는 그때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수능시험을 끝난 지 일주일이 흘렀다. 하지만 널뛰기식의 수능정책으로 시험에 대한 파장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수능을 친 다음날 신문 사회면에는 '당황, 울음' '넋나간 고3교실' 등의 제목을 단 기사로 장식 됐으며, 사진에도 수험생들의 참담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학생은 정시모집보다는 재수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이번 시험은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긴 마찬가지였다. 영국BBC 방송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꼬집기라도 한 듯이 수능은 향후 인생의 진로를 결정해 버리는 '죽느냐 사느냐의 시험'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이런 교육정책에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이 희생양이 되었고 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은 백년대계는커녕 일년대계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11월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번 시험전쟁으로 우리의 교육정책은 또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