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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원력

이재우   
입력 : 2001-12-03  | 수정 : 200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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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열린 종단협의회 이사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기원법회와 템플스테이사업을 조계종측이 주관·주최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혀 회의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조계종 측은 한·일 월드컵 성공기원법회와 관련해 "조계종이 주최와 주관을 맡고 종단협의회가 후원하여 이번 행사를 치르자"며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조계종측 스님 1천500여 명과 타 종단 스님 400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템플스테이사업과 관련해서는 "그 동안 종단협의회서 이 사업에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종단협의회 보다는 조계종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회장스님의 뜻이다"며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이 종단협의회 회장 스님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에 종단협의회의 여타 종단에서는 조계종의 이와 같은 행보에 대해 "이번 행사들은 한 종단의 행사가 아니라 범 불교적인 행사로 승화시켜나가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종단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이 주최, 주관을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몇몇 종단협의회 이사들은 "한국불교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기구인 종단협의회에서 기획하고 있던 행사들을 실무차원의 상의도 없이 조계종이 주최와 주관을 맡는다면 어느 종단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겠느냐"며 "조계종이 정부에서 지원되는 행사는 적극 주최하고 정부 지원이 되지 않는 행사는 종단협의회에 이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문제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조계종측은 종단협의회에서 이 같은 반발이 나오자 정대 스님에게 다시 보고해 논의키로 한 후 11월 28일 종단협의회와 조계종측 실무자회의를 통해 종단협의회에서 월드컵 성공기원 법회를 개최하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월드컵 성공기원 법회와 템플스테이사업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을 불교계의 원력을 모아 성공리에 개최하자는 서원으로 마련된 행사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러한 행사는 한 종단만의 행사가 아닌 모든 종단이 참여하는 가운데 원력을 모아 개최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늦게나마 행사를 범 종단차원으로 승화시켜 나가기로 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수순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