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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와 내년도 종단 살림

편집부   
입력 : 2008-10-29  | 수정 :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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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하락과 환율폭등 등 미국발 금융위기로 빚어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작금의 금융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1997년 제2의 외환위기의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출범초기 7%성장을 다짐하며 경제회생의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출범했던 현 정권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당분간은 국민적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가 하나의 유기적 금융체제로 작동되는 현실에서 우리만의 특단의 대책이 어렵겠지만, 이제라도 철저한 상황분석과 국제공조를 통해 국민들이 더 이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수록 사회위기 극복에 솔선하여야 할 집단이 바로 종교단체이다. 전국민의 대다수가 종교적 성향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각 종교의 역할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자살하는 인구가 많은 사회일수록 종교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연구도 있지만.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각 종교가 성찰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진각종단은 10월 23일 정기종의회를 개최하고 올해 추경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였다. 진각문화전승원 건립불사라는 종단 초유의 대작불사를 앞두고 종단으로서도 매우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종단은 이미 지난 9월부터 나라의 안정과 민생안녕을 위한 전 신교도 49일불공을 봉행 중이지만, 각종 불사들의 원만한 성취를 위해서는 부문별 긴축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수가 활발하지 못하고, 국내외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는 조건에서는 국가든, 종단이든 긴축적인 살림과 내실화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다. 종단 살림 뿐 아니라, 신교도 각 개인의 가정에도 정확한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전파가 필요하고, 더불어 어려운 때일수록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여 상부상조하는 불자의 자비와 중생애를 다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대북 민간교류의 중요성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인해 남북 당국자 간 대화가 전면 중단된 상황 속에서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교류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의 일환으로 당국자 간 대화는 기피하면서 선별적인 민간교류를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민간교류가 지속되는 것은 긍정정인 측면이 없지 않다.

진각종 대표단 역시 지난 9월 민족의 화해협력을 위한 남북불교교류의 확대를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접촉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종단에서 현재 건립 중인 진각문화전승원불사에 북한산 석재의 수입 방안을 논의하였는데, 만일 이 제안이 성사될 경우 불교계의 또 하나 교류협력사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불교계는 과거에도 정치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인 지원은 물론, 신계사나 영통사 복원과 같은 남북협력사업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분절된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으며, 그 바탕 위에 6·15 공동선언이나 10·4선언과 같은 상징적인 조치들이 탄생한 측면이 없지 않다.
남북대화의 재개는 당면한 경제회생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 대화의 재개조건으로 남북 당국자 간에 지루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이롭지 않으며, 대화의 접점을 모색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반북활동을 펼치는 민간단체들이 북한을 자극하는 삐라를 대량으로 날려 보내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에 커다란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남북 당국자 간에 상호비방을 금지하기로 약속한 전례가 있고, 북한이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관련단체들은 정부의 자제요청을 수용하고, 한 차원 높은 대북한 반대운동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