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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지만 짧았던, 3주 스리랑카

밀교신문   
입력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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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봉사를 가기 전 3주 동안 낯선 환경에서 봉사할 생각을 하니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해단식날 봉사를 갔던 단원 19명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봉사가 벌써 끝나서 아쉽다고, 몇몇 친구들은 헤어지기 아쉬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숙소에서 우리는 3주간 함께 지내기 위해, 빨래 당번과 청소 역할을 나눴다. 식사조는 한국에서 미리 정해 조마다 요리와 재료를 준비해 왔다. 그리고 봉사에 활력을 넣기 위한 마니또를 3일마다 진행했다. 마니또가 큰 활력이 되어준 게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느라 나를 챙길 수 없을 때 내 마니또가 나를 챙겨줬고, 3일마다 발표를 하니깐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웃겼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난 날 인사만 했다. ‘아유보완 마게 나마 주현스리랑카말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주현입니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정말 관심이 많았고 계속 이름을 되물어보며 외우려고 하는 게 정말 기특했다. 인사 후에 운동장에서 잠깐의 잡기 놀이를 하고 심인당에 모여 수업 준비를 했다. 나는 4학년 수업을 맡았는데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잘 따라와 줬다. 첫날 이름표를 만들었었다. 예술혼이 불타는 아이도 있었고 한글을 잘 적는 친구도 있었다. 다음 날엔 JGO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전교생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했다. 아이들이 봉사단원들과 장난치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체육대회 덕분에 아이들의 전통공연도 볼 수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전통의상을 입을 아이들의 춤을 잊을 수 없다. 체육대회가 끝나가면서 악단이 공연하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놀이도 했다. 수업시간 매번 반갑게 나와 맞이해주던 아이들, 노란색 봉사단원 티를 입은 사람이 나타나면 떠들썩해지던 복도가 벌써 그립다.

 

학교 수업이 없는 첫 주말에는 콜롬보로 갔다. 현지 음식을 처음으로 먹었고, 여기저기 구경 다니고 연꽃 타워도 보았다. 마지막엔 바다가 보이는 항구에 갔는데 정말 멋진 노을과 그런 노을이 비치는 바다를 보며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주말 동안 수업을 위한 재정비 시간을 보냈고, 추억을 남기기 위해 다 같이 짧은 춤 영상을 찍었었다. 영상을 찍자고 아이디어 내준 동아 선생님과 현정이, 세빈 언니, 화영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싶다.

 

두 번째 주에는 시험이 생겨 반마다 수업 시간이 달라졌다. 나는 저학년 수업과 고학년 수업을 하기도 했다. 탈도 만들고 한지등, 전통등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협회장이신 법공 정사님이 스리랑카로 오셔서 오후 시간 정사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다. 우리는 목요일부터 페인트 작업을 시작했다. 프라이머를 바르고 다음날 하늘색으로 칠하고 완성된 학교는 정말 예뻤다. 벽 한쪽에는 우리들의 모습을 캐리커쳐 해 그려뒀다. 세 번째 주가 다가오면서 수업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각 수업 조마다 발표회날 선보일 공연을 준비했다. 마지막을 즐겁고 신나게 끝내기 위해 다들 노력했다. 발표회 당일 아이들을 위해 잡채와 떡볶이를 준비하고, 같이 축구경기도 했다. 그리고 준비했던 춤을 선보였는데 정말 즐거웠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갈레로 이동했다. 갈레에서 잠깐의 휴양시간을 보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해단식을 했다. 스리랑카에서의 3주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웃었고 즐겼다. 나의 2024년이 누구보다 소중하고 값진 추억으로 시작할 수 있어, 이번 스리랑카 봉사에 함께해준 단원들과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윤주현/유가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