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에 맞춰 피어나는 봄꽃을 보는 것은 작은 설레임입니다. 매화, 목련, 개나리, 벚꽃 등등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정말 많은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뎌내고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이 세상을 아름다움과 생명력으로 장엄하고 있습니다. 봄꽃들은 다양한 색상과 향기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꽃은 줄기와 뿌리로부터 물을 받아 올려 꽃봉오리를 맺어 피어나는데, 이때 뿌리와 줄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보며 즐거워하지만, 만약 줄기와 뿌리가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아름다운 꽃은 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열심히 감당하였기에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공과 정진을 하면서 회복해야 될 성품은 바로 불성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들은 다 불성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부처가 될 성품이 뭘까?’, ‘불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방편이 뭘까?’ 하고 생각해 봤을 때 불성과 가장 유사한 개념이 ‘야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야성은 한마디로 생명성입니다. 생명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또 증장시키는 일련의 모든 에너지와 힘인 생명성. 그래서 생명성이야말로 야성이고, 야성이야말로 불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억눌리거나 어떤 환경에 의해서 제한되는 성품이 아니라 진짜 온전하게 드러나 보일 수 있는 본성이 바로 야성이고, 그게 생명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생명성은 내가 있어야 될 자리, 내가 해야 될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왕성해집니다. 살아가면서 나는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전공을 하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것을 제대로 찾고 발견한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삶이 바로 야생의 삶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판다, 푸바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저 또한 우연히 푸바오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푸바오가 4월에 중국으로 반환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아쉬운 마음을 보내기도 하고, 푸바오가 중국에 가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을 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푸바오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의 판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과정이죠. 짝도 만나야 하고, 엄마도 돼야 하고, 자기가 받았던 사랑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추억을 가지고 영원히 행복한 판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람의 생, 인생을 살아야 되듯이 판다는 판다의 생, 판생을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생이 인생다워지는 것이 행복이듯이, 판다의 삶인 판생을 잘 누릴 수 있게끔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푸바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극진한 사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야성. 나에게 온전하게 부여되는 이 생명성을 어떻게 잘 드러낼 것인가, 그걸 통해서 우리 각자의 인생과 삶을 어떻게 잘 이끌어 가야 할 것인가가 결국 우리 삶의 목표이자, 지향점이자 인생의 행보입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꽃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바라고 꽃을 피우는게 아닙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생명활동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지금여기 자신의 삶에 충실한 것이 바로 본분사의 삶입니다. 길건 짧건 인생의 과정에서 내가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게 되고 최대한의 삶의 본분사를 체험하고 경험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이게 바로 우리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서 우리가 가진 각자 마음속의 서원들을 발견하고, 그 본분사를 온전히 이해하며 각자 행복한 삶을 추구하여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마음 공부와 수행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력이 될 것 같습니다. 

선법지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