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 칭송되는 이 좋은 5월에 부처님이 탄생하셨기에 참으로 우리 불자들에게는 더욱더 기쁜 달이고 축제의 달입니다. 여기에 걸맞게 거리와 사찰, 심인당 마당과 도량에 우리들의 서원이 듬뿍 담긴 형형색색의 연등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공양한 이 연등은 공양 중에서도 으뜸으로 여겨지는데 그 유래가 되는 ‘현우경’의 빈자일등(貧者一燈) 이야기는 물질만능에 물들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참된 공양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부처님의 방문 소식에 왕과 귀족들은 크고 화려한 등을 준비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게 된 어느 가난한 ‘난타’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도 등을 밝히고 싶었지만, 걸인이나 다름없는 처지라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 복을 짓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하였기에 ‘난
타’라 는 이름을 가진 가난한 여인은 종일 굶고서 일한 대가로 받은 동전 한 푼으로 기름을 사서 부처님 지나가는 길목에 정성을 다해 작은 등불 하나를 밝혀두었습니다.
어둠이 점점 깊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자 왕과 귀족들이 밝힌 등불은 차차 하나씩 모두 꺼졌는데 가난한 여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져서 부처님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걱정한 제자들이 등불을 끄려고 노력하였으나 꺼지지 않았고, 이때 부처님께서는 비록 작은 등이지만 여인의 지극한 정성이 깃들어 있기에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난타’가 성불할 것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왕이나 부자들이 올린 등불은 값비싼 것이지만 그들의 재물 일부에 불과한 것이고, 가난한 여인 ‘난타’가 올린 등불은 동전 한 푼이지만 종일을 굶고서 번 자신의 전 재산이기에 그 베풀고 비워낸 마음의 크기가 다름을 알 수가 있고 그에 따른 과보의 크기도 다름을 알 수가 있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물질이 풍부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비워내고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부자가 천당에 가는 길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처럼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경전에 실려진 이야기를 살펴보면 본래 연등(燃燈)이란 등불을 밝혀 법(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이동하시는 부처님의 여정이 편안하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서원을 담은 불자들의 공양이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연등 공양을 통해 전해진 부처님의 가르침은 사람들의 무명과 미혹된 마음을 걷어내고 환한 연등불처럼 심인을 밝혀줍니다. 이렇게 밝아진 심인으로 지혜롭고 자비롭게 살아가면서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어 주게 됩니다.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밝히는 올해는 단순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미를 넘어 나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널리 전하여 세상을 두루 밝히겠다는 서원을 세웁시다.
불자 여러분 자신을 깨우치는 광명의 등불, 선망조상불에는 구경성불의 등불, 미운 이에게는 용서의 등불, 고마운 이에게는 감사의 등불, 이기심이 많은 이에게는 화합의 등불, 불교를 모르는 이에게는 인연의 등불을 올려 일체중생 행복하기를 기도하면서 부처님 전에 무량한 복 지으시기를 서원합니다.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 이루어 우리 모두 행복하고 환희심 가득한 오월이 되기를….
여원성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