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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세상, 그리고 진화

밀교신문   
입력 :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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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만물은 변화의 법칙 아래 놓여있다. 계절은 순환하고, 사람은 나이 들며, 문명은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변화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다.

 

그러나 우리 눈에는 변하지 않는 듯 보이는 것들도 많다. 웅장한 산맥은 수천 년간 같은 모습으로 서 있고, 끝없는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단단한 바위, 밤하늘의 별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은 마치 영원불변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2500년 전, 싯다르타는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놀라운 통찰을 얻었다. 불변해 보이는 것조차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이 혁명적 사상은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발견이었다. 그의 통찰은 오늘날 과학이 증명한 우주의 기본 원리와 일치한다.

 

생물 역시 변화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진화는 단순한 가설이나 이론이 아닌, 화석 기록부터 DNA 분석, 비교해부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증거로 뒷받침된 과학적 사실이다. 생명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해 왔다는 사실은 현대 생물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30여 년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면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진화 내용이 최근 교과서에서는 삭제되었다. 이는 마치 물리학에서 중력이론을 빼는 것과 다름없는 문제다. 생물학의 통합적 이해를 위한 핵심 개념이 교육과정에서 사라진 것이다.

 

진화에 대한 개념을 고등학교에서야 배운다는 것은 너무나 늦다. 청소년의 인지발달 과정을 고려할 때, 중학생 시기에 진화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과학적 사고 형성에 필수적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진화론을 접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이해는 단편적이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점은 진화에 대한 오개념과 불신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이다. 잘못된 정보나 편견은 한번 형성되면 수정하기 어렵다. 과학적 근거 없이 형성된 오해는 이후 과학 학습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으며, 비판적 사고 능력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하루빨리 중학교 교과과정에 진화 내용이 복원되어야 하며, 나아가 초등학교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진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진화의 기본 개념을 도입하고 가르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변화와 적응이라는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과학적 세계관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진화론은 단순한 생물학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관점이다. 교육과정에서 이를 배제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과학적 소양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2500년 전 한 명상가가 통찰한 변화의 법칙을 현대 과학으로 이해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과학적 진리를 향해 진보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불변해야 할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의 정신이다.

 

신용식/진선여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