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랗게 무리 지어 핀 개나리가 지고, 보랏빛 라일락 향이 진동하면 확연히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봄이 되면 울긋불긋 연등이 달리고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준비로 불교계가 분주하다. 제등행렬도 하고 각자의 서원을 담은 연등도 단다. 심인당 안팎으로 단장도 하고 불자가 아닌 이들도 심인당에 등 달러 오라고 권유도 한다.
스승님들은 등 접수를 비롯하여 당일 식사와 법요식, 간단한 법락회 등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5월은 1년 중 가장 행사가 많은 달이다. 불자들은 초파일 준비뿐만 아니라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인의 날 등 챙겨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렇게 바쁘지만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부처님은 오셨다. 문득 불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 내 앞에 부처님이 계신다면 어떨지?” 무엇을 물어보고 무슨 부탁을 할 건지 궁금하다. 아마도 대부분 지금 자신의 가장 힘든 일을 해결해 달라고 할 것 같다. 그러면 부처님은 어떤 해결책을 주실까? 마법사처럼 원하는 모든 일들을 바로 다 들어주실까? 분명히 부처님은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四聖諦)를 설하셨듯이 고(苦)의 원인을 파악하고 스스로 팔정도(八正道)로 해탈하라고 말씀하실 듯하다.
그러면 비로자나부처님을 교주로 하고 밀교 수행을 하는 진각종은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까? 밀교 수행이란 삼밀(三密) 수행이다. 일상생활 가운데에 신구의 삼업이 아닌 부처님의 삼밀을 한다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삼밀이 나의 삼밀과 같다는 삼삼평등(三三平等)을 말한다. 우리 진언 행자들은 본래 내가 부처임을 자각하고 탐진치를 제거하여 생활 속에서 지비용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는 진각종을 창종하신 회당 대종사님의 실행론 가르침이 있다. 종조님은 특히 당체법문을 강조하셨다. 당체법문 관련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처음 대구 심인중학교를 세웠을 때 당시 교장이셨던 운범 박사님은 수도시설이 안 되어 있어 그 당시 수도사업소 소장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수도를 연결하였다. 종조님께 칭찬을 받으려고 말씀드리니 종조님이 하신 말씀이 “정진해 보셨나요?”라고 하셨다. 칭찬은 하지 않으셨고 당체법문 안 본 문제를 지적하셨다.
보통 사람들은 오로지 현실적으로 잘 사는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모든 것이 원만하게 잘 되기 위해서는 진리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당장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좋게 보여도 이치에 맞지 않게 되면 그 돈이 다시 없어지거나 가정 안에 우환이 생기거나 다른 안 좋은 일들이 생겨서 원만하지가 않다. 그래서 모든 일을 할 때 종조님은 먼저 진리를 앞세우면 모든 것이 원만하다고 하셨다. 병이 나면 병 나을 생각보다 병이 생긴 원인을 생각하고 참회하면 병이 낫는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 근기는 상 근기이고 깊은 신심이 필요하다. 보통은 병원에 가기 전에 희사와 염송을 먼저 하고 가면 좋은 의사를 만나고 병이 잘 치료되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다.
진리를 실천하면 좋다는 것을 진언행자라면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삶이 바빠도 너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 너무 많이 일하고 놀거리도 너무 많다. 그래서 시간 나면 쉬고 놀아야 해서 젊은 사람들은 심인당 자성일 불사 출석도 힘들어하고 있다. 거기다 월초불공 하는 보살님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부처님 오신 5월이 다가오고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범천의 권유로 바로 열반에 들지 않으시고 중생교화를 하셨다. 그 깊은 자비에 감사하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발심이 필요하다. 인간사(人間史)는 길어봤자 백 년이다. 그리고 고락(苦樂)이 쉼 없이 반복하는 사바세계(娑婆世界)다. 그러니 현실에만 치우치지 말고, 진리를 조화롭게 잘 활용하여 세세생생(世世生生) 잘 살자. 그 실천의 첫걸음으로 심인당에 출석하여 등 하나 더 달고 초파일 행사에 뭔가 도울 일이 없나 살피고, 일 많이 하면 생기기 쉬운 상(相)없이, 묵묵히 현실을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삼밀을 실천하기 위해 발심하기 좋은 5월이 오고 있다.
승수지 전수/항수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