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오년(丙午年), 내 안의 ‘야성’을 깨워 ‘구도’의 길로 달리는 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아침이 밝았다. 십이간지 중 일곱 번째 동물인 말(午)은 예로부터 역동성과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특히 천간의 '병(丙)'이 상징하는 붉은 기운이 더해진 올해는 뜨거운 태양 아래 초원을 누비는 '붉은 말'의 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말의 기상을 바라보며, 이번에 말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말은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존재다. 약 5,500만 년 전, 숲속에서 살던 작은 '에오히푸스(Eohippus)'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발가락들을 하나로 합쳐 거대한 발톱, 즉 발굽을 만들었다. 오직 달리기 위해 진화한 말의 역사는 '변화하지 않는 것은 도태된다'는 자연의 섭리를 증명하는 생생한 기록이다.
역사 속에서 말의 가치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단연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기일 것이다. 당시 몽골군은 서양의 육중한 기사 체계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동양의 말을 타고 세계를 제패했다. 동양의 말은 체구는 작지만, 지구력이 강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력이 끈질기다. 화려한 외양보다 내실과 인내를 중시하는 동양적 가치가 말의 발굽을 통해 세계사에 각인된 셈이다.
불교의 역사 속에서도 말은 단순한 짐승 이상의 존재였다. 부처님께서 성도의 길을 떠나실 때, 그 곁을 지켰던 것은 애마 '칸타카(Kanthaka)'였다. 태자 시절의 고타마 싯다르타를 등에 태우고 성벽을 뛰어넘어 수행의 길로 인도했던 칸타카는, 주인이 고행을 위해 자신을 떠나보내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 천상에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또한 불교 수행에서는 우리 마음을 흔히 '의마심원(意馬心猿)'이라 비유한다. 마음은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고, 생각은 원숭이처럼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닌다는 뜻이다. 병오년의 붉은 말이 가진 강렬한 에너지는 자칫하면 통제 불능의 불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칸타카가 태자를 모시고 성을 넘었듯, 우리가 이 뜨거운 열정을 '수행'과 '정진'이라는 고삐로 잘 다스린다면, 그 에너지는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성숙으로 이끄는 추진력이 될 것이다.
말은 서서 잠을 잘 만큼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동물이다. 이는 불교의 게으르지 않고 늘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칭기즈칸의 말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되, 칸타카처럼 고귀한 목적을 향해 달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병오년의 붉은 말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맹목적인 속도보다는 바른 방향(正道)을 향한 걸음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내면의 날뛰는 마음을 다스려, 칸타카가 넘었던 그 성벽 너머의 평온과 성취를 이루길 간절히 발원한다. 붉은 말의 기운이 온 땅에 퍼져, 정체된 모든 것들이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용식/진선여중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