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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회-AI 시대, 불교의 역할

밀교신문   
입력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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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와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판단과 선택의 많은 부분을 알고리즘에 맡기고,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과 윤리적 성찰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AI의 확산은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우리 앞에 놓는다.

 

이 지점에서 불교의 역할은 결코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다. 불교는 세계를 설명하는 종교라기보다 인간의 고통과 집착,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길을 성찰하는 사유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종교가 세계의 질서를 설명했지만, 오늘날 그 역할은 과학과 기술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설명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이 살아가야 할 의미와 방향까지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불교는 바로 이 의미의 공백에서 다시 요청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초래하는 결과와 책임까지 대신 질 수는 없다.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위기는 기술의 폭주가 아니라 인간의 주의력과 사유 능력이 점점 분산되고 약화되는데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으나 깊이 머무르지 못하고, 생각은 잘게 나뉘어 소비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가 말하는 마음챙김은 개인적 수행을 넘어 인간을 인간답게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조건이 된다.

 

불교는 더 빠르고 더 많이 생산하라는 시대의 요구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시 멈추고 돌아보라고 요청한다. 효율이 최고의 가치로 숭배되는 사회에서 이 멈춤은 중요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그 효율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구에게 부담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가. 불교의 무아 사상은 자기 부정이 아니라 성과와 숫자에 집착하는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한다.

 

AI는 인간과 대립하는 적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기술을 사용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기술은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방향을 묻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의 불교는 새로운 권위를 세우기보다, 깨어 있음과 성찰이라는 오래된 요청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