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3년 신년사)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흘러가는 세월 중 한해의 매듭은 우리에게 새로운 각성의 기회입니다.겨울의 매운바람에 나무들은 제 몸의 잎을 아낌없이 버려 찬란한 봄날을 준비하고, 야생들의 겨울잠 또한 새 날을 준비하는 혹독한 추위에 기꺼이 견디고 있습니다. 큰 숲에 봄날이 다시오면 인고의 세월을 함께한 서로는 서로에게 기꺼이 쉼터와 음덕이 될 것입니다. 무상한 세간에서 부처님을 일컫는 다른 이름이 있으니 곧 여래如來요 여거如去입니다. 이는 보내야 할 것은 초연히 보내고, 만나야 할 것은 떳떳하게 기꺼이 맞이할 줄 아는 생명의 능동성에 대한 찬미인 것입니다. 고통과 절망, 끝없는 분쟁 등 우리가 보내고 싶어 하는 것들은, 오히려 의연하게 맞아 지혜롭게 견뎌내야 할 불가피한 우리들의 현실이며, 재물과 권세 등 이별하기 두려워 영원히 함께하길 기대하는 조건들은, 언젠가 초연히 보내야할 욕망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탄생의 기쁨은 수많은 죽음의 망각사이로 잠시 머무는 위안의 시간이고, 평화는 욕망의 아수라들이 숨을 고르는 틈...
2008-12-24 15: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