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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

밀교신문   
입력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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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적선을 해야 양지바른 곳에 반듯한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요즘처럼 실감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그 깊은 뜻을 피부로 절감한다. 얼마나 많은 기도 정진과 선업을 쌓아야만 무탈하게 집 한 채가 지어지겠는가. 그것도 일반 집도 아닌 부처님과 함께 수행하는 기도 도량인 법당(심인당)을 짓는다는 것은 그 만큼의 많은 원력과 기도정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 할 터 이다.

 

몇 달 전 정사님께서 초파일 등을 달다가 사다리에 부딪쳐 머리에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부처님이 보호하사 크게 다치지는 않고 법문으로만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우매한 중생이 어찌 부처님의 속 깊은 뜻까지 헤아리겠는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상을 부리거나 진심을 내는 날에는 가차 없이 교령신은 명왕위라 대지로써 절복하게 되어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나마 여러 종사님들께서 새로 이전한 임시 심인당에 오셔서 강도방문한 염송공덕으로 살짝 법문으로만 보이고 지나갔다. 불현 듯 원주님 내외는 황남동 터를 누르기에는 그릇이 작아 힘이 많이 들지만, 이번 황성동 터는 우리 그릇에 딱 맞다.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만당 채우세요.”라고 하신 종사님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심인당 신축이전 불사 원만회향을 위한 1000일 불공을 나름대로 정해했지만 아직 간절하고 절실함이 부족하여 법계에 감동을 주지 못했나 보다. 일체중생의 태산 같은 은혜를 언제 다 갚을지 아득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스승의 본분인 인과 좀 깨쳐봐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생각과 머리로만 집을 지었지 가슴과 마음인 수행정진의 육행실천으로 집을 짓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아직 집을 지을만한 인연도 제대로 짓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고통은 불 보듯 뻔했다. 준비된 복그릇도 없이 인연이 부족한 우리가 무턱대고 덜렁 받았으니 부처님이 그래도 중생을 애민하게 생각하여 천만다행 이쯤으로 끝냈다고 생각한다.

 

손님이 오지 않는 집에는 천사도 오지 않는다.”는 아랍 속담이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에 손님의 왕래가 끊긴지 오래다. 언제부터 왜 손님의 초대가 끊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하여 손님을 따스하게 정성껏 환대해 본 일이 있었는가.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공동체 속에서 관계 맺으며 더불어 나누며 살아가는 가치를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 남 얘기 할 것도 못된다. 가까이 나 자신부터 이웃을 기꺼이 환대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심인당 헌공불사가 계획대로 라면 올 12월 중으로 할 것이다. 심인당이 지어지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 심인당의 역할은 위풍당당 사람들로 들끓어야 하고 삶에 힘들고 찌들어 있을 때 영혼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접근성이 용이한 도심 속 공간으로서의 안식처가 되어 주어야 한다. 넋 놓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다려선 안 된다. 심인당이 다 완공되었을 때를 대비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21세기의 키워드는 원시 시원의 여성성, 환대, 우정, 건강한 복지, 문화생태계를 염두 해 두지 않는다면 다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몇 달 전 본 기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 이수성결교회의 다비다자매회대표 김혜란 목사의 이야기는 나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싱글맘 모임인 다비다자매회3S가 모토다.

 

작은 것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좋은 사람이더라는 믿음을 출발점으로 단순하고(simple), 작고(small), 천천히(slow)를 통해 작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숨겨놓았던 진솔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잘 들어주었을 때(경청) 가장 큰 치유의 힘이 생겨남을 기시를 통해 실감했다. 그리하여 더디더라도 마음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꿔야 한다. 아랍 속담의 의미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나는 바꿔 생각을 해보았다. “중생이 오지 않는 법당(심인당)은 불보살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