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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호-망어

밀교신문   
입력 :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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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긴다.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 내면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번다하고, 마음에 주견(主見)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거칠다.” 조선후기 정조 때 문신 성대중의 말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고 그 책임을 묻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더욱 시끄럽다. 감정을 이기지 못한 폭언이 난무하고, 자기일이 아니라고 함부로 말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이 판을 친다.

 

이러한 사나운 말에 사람의 마음은 상처를 입고, 나만 상처를 입을 수 없다는 복수심에 더 거친 말로서 상대방에게 비방이 쏟아진다. 이전투구식의 막말이 스스로는 물론 상대방도 해하게 된다.

 

나에게 들리는 악담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퍼부었던 그 악담이고, 나를 아프게 하는 험담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남몰래 퍼뜨린 다른 사람의 험담이다. 바야흐로 남의 말을 할 때는 교묘하기 짝이 없고, 그 비밀은 드러나지 않음이 없다.

 

불제자가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 망어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항상 좋은 말만 들을 수는 없다. 더러운 욕설도 듣게 되고, 거짓말도 듣게 되고, 허황되게 꾸민 말도 듣게 되고, 서로를 이간질 시키는 양설도 듣게 된다. 이러한 망어를 듣고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화가 치밀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원망의 마음이 솟아난다면 그것은 마음공부가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다. 상대방에게서 망어를 듣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인 지혜와 용맹도 모두가 허망한 것이 된다. 망어 하는 사람의 억울함을 미혹함을 과도한 욕심을 어리석어 우매함을 이해하는 자비심과 망어를 듣게 되는 나의 악연에 대한 참회가 있어야 한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을 실천하고 진리에 대한 깊은 신심이 있다면 백마디 천마디 망어를 듣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망어를 듣고 그것에 속아서 망어로 맞받아친다면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나를 더럽히는 것이며 나를 해하는 것이다. 모든 망어에는 재앙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일부 일본의 정치가와 우익단체의 망언으로 일본사람 전체를 미워하고 저주하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에 열광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모두 일본사람이다.

 

항상 마음을 여유롭고 넉넉하게 가져 하심하는 마음으로 망어의 인을 멀리하고 망어의 유혹에서 벗어나 참회로서 숙업동안 지은 망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서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