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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속 라이온 킹

밀교신문   
입력 :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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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 마타타(잘 될거야 문제없어)’ 영화 <라이온 킹>을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영화 속에는 의외로 적잖은 불교적 가르침이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라이온 킹>은 같은 종류의 여느 영화와 다르게,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 혹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주인공이 다른 캐릭터들의 도움을 받아 내적으로도 성장하게 되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상처와 흉터를 치유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네 안을 들여다보아라.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란다.”

 

우리는 들소를 먹지만, 우리가 죽으면 우리 몸은 풀이되지 그리고 들소는 그 풀을 먹는다. 우리는 순환하는 거야, 위대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균형 있게 공존하고 있는 거란다. 왕은 그 균형을 잘 이해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단다. 진정한 왕은 빼앗는 자가 아니라 베푸는 자리이다.”

 

아빠사자 무파사가 아들사자 심바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영화 속 명대사들입니다.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자 굴에는 다른 짐승이 있을 수 없다.’라는 뜻입니다. 붓다가 연꽃을 들어 보이며 우리에게 네가 바로 연꽃이야! 진흙에 물들지 않고 피어나는 꽃, 바로 그 연꽃이야!”라고 이야기했듯이, 우리들 모두는 사자입니다. 토끼도 아니고 여우도 아니고 하이에나도 아니고 그런 뭇짐승들이 아니라 사자 굴에 살고 있는 동물의 왕, 바로 그 사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일상의 공간, 산과 들, 이 우주가 모두 사자 굴입니다. 그렇기에 그 사자 굴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가 사자입니다. 문제는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수처작주(隨處作主)’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돼라는 가르침입니다. 회당대종사께서도 이 우주의 주인이 바로 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이 계신 비로자나부처님은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습니다. ‘내 자성이 법신임을 깨달아야 대도(大道)를 얻게 된다. <······> 나와 심인과 비로자나부처님은 한 덩어리가 되어 대()가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중심이다.’(실행론:2-1-2)

 

아들사자 심바에게 ''이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의 상징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삼촌사자 '스카(scar; 흉터)'라는 이름의 오묘한 상징성은 아들사자 심바에게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진흙탕이었습니다. ‘심바의 삶에 깊은 흉터로 남은 과거와의 정면 대응은 '스카'와의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습니다. ‘심바의 마음속 흉터는 과거의 기억과 상처이고 마음속 자신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흉터였습니다.

 

우리들의 삶 속에는 아들사자 심바의 모습처럼 삶에서의 상처와 아픔의 흉터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본래의 참모습을 잃어버리고 헛되이 방황하며 살아가는 인생도 많습니다.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보이신 이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왜 사자 굴인지 그 이유?’를 진정 모르고 뭇짐승처럼 하찮게 살아가는 인생, 더러움에 물들어 꽃을 피우지 못하고 흙탕물에 질퍽대며 새로운 생으로 태어나지 못한 채, 덧없이 살아가는 삶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무파사가 끊임없이 아들 심바에게 외치는 가르침은 법계법신이 우리에게 일갈하는 당체법문입니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이며, 진정한 보살과 부처가 될 존재이다. 진정한 보살은 한없이 베푸는 자이다.”

 

지역마다 연꽃축제가 한창입니다. 연꽃을 보면 연꽃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오늘은 내가 진정 연꽃이고 싶습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화되고 청아해지길 서원해봅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정화되고 맑고 아름답기를 용맹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연꽃 속에서 포효하는 심바를 닮은 우렁찬 금강화보살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