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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호-참회의 용기와 의지

밀교신문   
입력 :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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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로는 일본과의 무역 갈등으로, 국내로는 장관 인사 청문회로 어수선함이 가득하다.

 

일본에 대한 증오로, 일본산 물건 불매 운동의 불길은 일본관광의 부재로 끊임없이 타오르면서 일본정치권의 참회를 종용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812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절을 하였고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너무나 해선 안되는 일을 했고 고문을 통해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에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과드린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깊은 참회의 말을 남겨 조금의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뉴스가 눈에 띈다. 91일 폴란드 비엘룬에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가 열렸다.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나는 오늘 생존자와 희생자의 자손들, 그리고 비엘룬 시민들 앞에 서 있다비엘룬 공격의 희생자와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하는 기사를 읽었다. 독일에서는 한 나라의 대표가 끊임없이 피해국에 가서 무릎끊고 사과를 여러번 하는데 일본은 사과는 고사하고 막말만 일삼는걸 보면서 분노가 치솟는다. 열반경의 한 구절이 되새겨 진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건대 지혜로움이 두 가지이니 그 하나는 악을 범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이미 범했으면 참회하는 것이다. 어리석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죄를 짓는 것이요. 둘째는 지은 죄를 숨기는 것이다. 악을 범했을지언정 뒤에 진심으로 발로참회(發露懺悔)하고 부끄러이 여겨 다시는 그리하지 않는다면 마치 흐린 물에 명주를 집어넣을 때 명주의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는 것과 같으며 또 구름이 사라지면 달이 곧 밝아지는 것과 같다. 왕이여, 만약 참회하여 부끄러움을 안다면 죄는 즉시 소멸되고 청정하게 되는 것도 이러하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미래의 화합과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죄는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숨겨진 썩은 상처는 언젠가는 독이 되어 돌아온다. 참회는 용기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락의 길로 옮겨 갈수 있는 기회이다. 수행으로 심인이 밝아졌을 때 참회가 나오지 망심 속에서는 스스로 인식(인정)이 안되고 또 참회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참회를 강요하면서도 나 자신은 참회가 인색하다. 참회는 패자의 모습이 아니라 승자의 모습이다. 용기와 의지로서 심인을 밝혀 참회를 실천하여야겠다. 인간의 잘못을 저지르는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근원적인 참회, 이 참회는 곧 해탈을 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