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제742호-이민을 꿈꾸는 사람들

밀교신문   
입력 : 2019-12-16 
+ -

한 달여 전에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매주 열리는 미국 투자 이민 설명회가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미국 투자 이민(EB-5)을 신청한 한국인은 작년보다 2배 이상이라는 내용이다. 당장 눈앞의 요인은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1121일부터 최소 투자금액이 90만 달러로 오르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 이민은 고용촉진지역에 50만 달러(한화 약 6억원)를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같은 영어권인 캐나다나 호주와 달리 영어점수와 투자액을 점수화해서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더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민을 위해 미리 사들인 해외 부동산이 금년 상반기에만 30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중국, 베트남, 인도에 이어 미국 투자 이민 발급 국가 4위를 달리며 인구대비 비율로는 단연 1위이다.

 

미국 이외에 다른 영어권 나라들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나라로도 이민이나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 감소하던 해외 이주자는 작년 1년 사이에 4배 급증했다고 한다. 연령대도 과거에는 40~50대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20~7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일까?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의 희망 사항은 다양했다.

 

풍요로운 인생 2막의 새로운 경험을 강조하는 부류, 세금과 부동산 등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는 경우, 과도한 경쟁 사회, 자녀 교육,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 피하기 등이다.

 

그렇다면 20~30대의 젊은 층은 왜 한국을 떠나려는 것일까? 과도한 경쟁 분위기에 내몰리는 불행한 현실, 빈부 격차의 심화, 소득 불평등 같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청년 일자리 증대를 위한 대안은 보이지 않고,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두우며, 불공정과 양극화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이처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미래의 경제 주역들이 한국을 떠나려고 한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국가는 젊은이들이 더는 N포 세대가 되지 않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책임이 있다. 청년의 꿈을 막는 한국의 불안한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화합과 소통으로 양극화의 강을 메꾸어야 한다. 더불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함께 잘사는 정직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종교계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