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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놀이터?

밀교신문   
입력 :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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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아시죠? 이솝 우화 중 하나로서,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가치에 대한 도덕적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겨울을 대비해 더운 여름날에도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생활한 개미와 여름 내내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며 시간을 보낸 베짱이에 대한 우화입니다.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개미는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합니다. 이 우화의 새로운 버전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여름 내내 종일 일만 한 개미는 먹을 것은 많이 모아두었지만 고된 노동 탓에 허리며 다리며 관절 마디마디 통증이 심하고 병을 얻어서 병원을 들락거리며 고통 속에서 나날이 살게 됩니다. 한편 노래만 열심히 불러댔던 베짱이는 훌륭한 가수로 성공하여 겨울이 되어서도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며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르면서 돈도 많이 버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사실은 베짱이가 열심히 노래 부르는 것은 생존의 몸부림입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 베짱이들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그 방법이 노래입니다.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른 수컷들보다 더 오랫동안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야하지요. 수컷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에 비해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개미는 먹이가 부족한 계절에 대비해 식량을 저장해야 한답니다. 저마다의 생존방식들이지요. 개미와 베짱이는 이렇듯 저마다의 주어진 방식대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자기들만의 생각대로 개미와 베짱이의 삶을 해석하고 의미를 갖다 부치고 있는 거지요. 여하튼 우리는 이 우화를 통해서 나름대로의 삶의 교훈으로 삼고자하고 교육적 가르침을 전하고자 합니다.

 

세상은 내려놓은 자에게는 한판의 놀이터가 되고 움켜쥐려는 자에게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가 됩니다. 개미의 노동도 베짱이의 노래도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놀이터가 될 수도 있고 전쟁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의 인생살이 터전을 한판의 놀이터로 바라볼 수도 있고, 사느냐 죽느냐의 무서운 전쟁터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자존심만 내세우고 움켜쥐려고만 하는 삶은 전쟁터가 되고 맙니다. 여기서는 지고는 못삽니다. 꼭 이겨야만 합니다. 그래서 복수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넘쳐납니다. 아만(我慢)과 아집(我執)으로 마음속에는 미움과 원망만 가득합니다. 이러한 삶은 개미가 되었던 베짱이가 되었던 전쟁터의 삶이 되고 맙니다. 한편 내려놓고 비울 줄 아는 삶은 놀이터와 같은 삶입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인정합니다. 실패는 성공과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자체를 즐깁니다. 삶이 고단하고 힘이 들어도 즐거움을 잃지 않습니다. 용서가 있고 감사가 있고 은혜가 있습니다. 그래서 삶이 건강하고 즐겁습니다. 평화롭습니다. 이러한 삶은 개미의 노동도 베짱이의 노래도 놀이터의 삶이 됩니다.

 

상대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가는 노력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터를 변화시켜갈 수 있습니다. 남편이 버럭거리고 감정폭발을 잘하는 성격인가요? 아닙니다. 남편은 에너지가 넘치고 박력이 넘치는 분입니다. 아내가 잔소리가 심하고 꼬치꼬치 따지기를 좋아한다구요? 아닙니다. 아내는 세심하고 섬세한 사람이지요. 아들이 고집이 너무 세서 아주 똥고집이라구요? 아닙니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소신 있는 사람이지요. 딸이 너무 겁이 많고 소심하다구요? 아닙니다. 아주 조심성이 있고 차분한 사람입니다. ‘생각을 뒤집어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한 유머작가의 이야기를 각색해 보았습니다. 힘없이 비실거리고 병으로 누워있는 남편보다 버럭거리기는 하나 에너지 넘치는 남편일 때가 좋습니다. 아프다고 끙끙 앓는 소리하는 아내보다 잔소리가 심하더라도 그렇게 세심한 아내가 좋습니다. 고집이 아주 똥고집이고 불통인 상대를 소신 있고 주장이 뚜렷하다고 보아주면 내가 평화롭고 행복해집니다. 내 삶은 가끔씩은 롤러코스터 같이 어지럽고 혼란스럽더라도 재미난 놀이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마음의 눈을 그렇게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진언행자 가정모두 기해년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경자년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시길 서원합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