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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에는 어제보다 조금 더 좋은 일을 하며 살자

밀교신문   
입력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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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이 깊어가는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조촐한 문학 송년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서악동에서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시인의 뜨락이란 찻집이었다. 오래 전 인사동에서 목순옥여사가 운영하는 귀천이란 찻집이 불현 듯 떠올랐다. 내부는 소박하고 아담한 실내장식이 오래전에 왔던 것처럼 친숙하고 낯익었다. 소위 문학과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사람들이 밥상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있는데 느닷없이 주인장 부부가 건배 제의를 해왔다. “오늘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 저희 집에 초대받아 오셨으니 저희가 건배를 먼저 하면 따라해 주시기 바랍니다. . . , 브라보!, . . , 브라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풀리는 경자년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건배 제의였다.

 

늦은 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올 한 해 무엇을 향해 그리 바삐 달려왔는지 되돌아보니 온통 신축 심인당 이전불사가 원만히 회향되기를 서원하는 한 해였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가족들과 보살님들이 그러했다. 이젠 헌공불사도 무사히 마치고 조금은 마음의 긴장을 풀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심인당을 지으면서 배움이 아닌 것이 없었으며 많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기도 했고, 때론 버거울 만큼 새롭다는 것은 늘 도전과 모험에 가까웠다.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풀리려면어떻게 삶을 살아야 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삶은 어떤 삶이겠는가. 문제는 우리가 꿈꾸는 삶은 언제나 더 많이에 있다. 나는 더 많이에 방점을 두는 이유가 더 많이 좋은 일을 하자.”로 읽혔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서울 어느 경로당에서 폐지를 팔아서 한푼 두푼 모아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사실이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요즘처럼 황폐하고 메마른 세상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폐지 줍기에 한마음 한 뜻을 모아 장학금을 지급하는 훈훈한 미담은 우리의 이기적 자아의 충분한 귀감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노인들도 어린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연령차별주의의 그늘 아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은 무기력하고 외롭고 무분별하며 우울하다는 인식의 연령차별주의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어쩌면 노인은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남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실재로 삶의 질적인 만족도도 가장 크다고 한다.

 

20191212일은 내 삶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잊을 내야 잊을 수 없는 평생토록 감사와 은혜로 기억될 것이다. 경주교구청과 홍원심인당 그리고 선재어린이집이 법계에 헌공을 알리는 날이었다. 구름과 같이 물려 들었던 많은 신교도 여러분과 전국의 여러 스승님들의 원력에 힘입어 이제는 초발심의 보리심으로 자성을 밝히고 중생교화와 포교에 매진하는 한 해가 되기를 다짐하는 과제가 내게 남겨져 있다. 어떻게 하면 종단과 부처님께 빚지지 않는 교화를 할 것인가가 경자년 올 한 해 가장 큰 미션이다. 오래전부터 꿈꾸던 복지, 문화 ,생태환경에 대한 나의 관심이 여느 때 보다 크고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경자년 새해에 해외 청년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네팔과 스리랑카에 들어가는 청년들 인편으로 연필 1만 자루 보내기운동을 추진 중이다. 정신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삶은 더 큰무엇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를 묻는 질문에 남을 도와주고 봉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를 위해 선물이 되고자 하는 삶은 곧 은혜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일 터이고 또 다른 의미의 지속가능한 미래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을 일컫는다. 누군가는 감사는 매순간에 찾아오고 겸손은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다.”고 했다. 감사와 겸손으로 삶이 충만 할 때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경자년 올 한 해 우리도 꾸준히 어제보다는 조금 오늘 더 좋은 일을 하며 살자.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