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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조(共命鳥), 비익조(比翼鳥) 선택은?

밀교신문   
입력 :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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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자면 항상 만남이 있게 되고 만남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없이 다양한 것을 접하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만남이라 해도 이 순간 나와 만나고 있는 인연처럼 소중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인데 만남을 통해 소중함을 알기도하지만, 요즘은 어떻게 흐르는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에 급급하고, 상대가 잘 되면 시기질투와 갈등이 많아지면서 모두들 자신의 주장만, 자기들만 최고라고 목청을 높여 쏟아냅니다.

최근 사회적 현상 속에서 우리가 함께하는 지중한 인연 관계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은 상대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시대상황을 짚어낸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공명지조(共命之鳥)”

공명조(共命鳥)’란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새입니다.

 

몸 하나에 머리가 두개로 목숨을 함께 하는 새입니다. 한쪽이 먹으면 다른 한쪽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쪽이 잠들었을 때, 잠들지 않은 다른 머리가 마침 향기롭고 맛 좋은 열매를 챙겨 먹고 잠들었습니다. 다른 한쪽도 꿈결에서 배가 불렀고 향기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머리가 눈을 떠보니 분명 배도 불렀고 향기도 좋았는데, 낮에 맛좋은 열매를 혼자 먹는 걸 알고 자기를 깨워줄 수도 있었는데 혼자 먹어버린 것이 못내 서운하고 자신이 직접 먹지 못한 것이 분했습니다.

 

이를 시기 질투하여 화가 난 다른 한쪽머리의 눈에 독초가 보이자, 순간 상대를 원망하며 어디 너 배 한번 아파봐라하며 독초를 먹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 아무리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너무 많이 먹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순식간에 독이 온 몸에 퍼져 둘 다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뜻을 모아 잘 살던 생생조(生生鳥)’는 순식간에 사사조(死死鳥)’가 되었고, ‘공명조(共命鳥)’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만 공멸조(共滅鳥)’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교대로 잠을 잘 수가 있으니 항상 깨어 있을 수가 있고, 누가 먹어도 배부른 것을, 그래서 서로 협력만 한다면 어떤 좋은 일도 놓치지 않고 다 얻을 수 있는데, 자신의 욕심과 시기 질투로 상대를 미워하다가 하나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내 욕심만 생각하다 전부를 잃어버린 이치입니다.

 

상대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잘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혼자만 잘 살 것이라고 여기지만, 한쪽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관계, 결국은 공멸(共滅)하게 되는 운명공동체(運命共同體)’인 줄 모르고 하나만 없어지면 나는 더 잘 살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공명조와는 대조적인 새, “비익조(比翼鳥)”가 있습니다.

 

암수가 각각 눈과 날개가 좌우로 하나씩이라서 짝을 이루지 못하면 날지도 먹지도 못하는 새입니다.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고, 한쪽 눈으로 보는 것도 불편하니 비익조는 서로 짝을 지어 열심히 좌우를 살펴야 바로 볼 수 있고, 좌우 날개의 균형을 맞추어 열심히 날개를 퍼덕여야 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는 상생의 인연을 펼쳐지는 비익조는 어떠한 경우라도 화를 내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둘이 한 몸을 이루는 새, 공명조와 비익조.

 

이 이야기는 단순히 새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내가 더 잘되고, 어느 한 쪽이 없어져야 더 잘 살 것처럼 여기는 경쟁의 모습이 만연한 현시대의 우리의 모습을, 서로 뜻을 모으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음을,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함께 잘 풀어야 서로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상대가 있어서 내가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기에 상대가 있는 것처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배려하고 인정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화롭게 펼쳐나가야만 좋은 인연의 모습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주위의 인연들과 공명조가 될 것인가?’, ‘비익조처럼 각자 가지고 있는 모습을 잘 조화롭게 하여 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인가?’ 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심정도 전수/승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