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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서원

밀교신문   
입력 :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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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고 곧 설날이 다가옵니다. 올해 양력 212일이 음력으로는 11일 설날입니다. 절기로 보았을 때, 음력설 아침에야 진짜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12간지 동물 모두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소는 개와 더불어 우리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데다가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입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원하는 바를, 그리고 남들보다 더 풍족해지고, 남보다 앞서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서원합니다. 그 원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고 해마다 첫날이 되면 이런 의식을 치루기도 합니다. 일출뿐만 아니라 나무나 돌, 산과 강을 두고도 서원을 합니다. 이런 의식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고, 삶이란 게 본디 제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떠오르는 해가 우리의 원을 들어주기나 할까요? 해는 분별하여 빛을 내리지 않습니다. 해는 누구 하나 콕 찍어 그에게만 빛을 내리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못생긴 사람, 돈 많고 잘생긴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키 큰 나무, 키 작을 나무를 차별하지 않고 고르게 빛을 나누어 주는 것이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해입니다.

해는 그 어느 것도 차별하지 않고 삶의 원천이 되는 빛과 열을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줍니다.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대일여래(大日如來)라 합니다, ‘큰 해 같은 부처님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의 법이 누구를 분별하고 차별하지 않듯이 그 누구에게도 공평한 해 앞에서 남보다 잘되기를 비는 것은, 나에게만 특별히 빛을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소띠 해를 맞아 정사님께서 올해의 주인공인 소를 소재로 하여 밴드에 올린 글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어봅니다. 크게 마음에 다가와서 모두 함께 나누고자 그 글을 소개합니다.

 

널리 베푸소.” 평생 사람 위해 일만하다 죽어서도 제 몸 다 내주니,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 보시(布施)의 상징이요, 다 비우소.” 덩치 커도 정량 먹고, 욕심내지 않으니, 법규(法規)를 지키는 지계(持戒)를 상징하며, 꾹 참으소.” 힘든 일, 추위, 더위, 꾹꾹 참고 견디니, 복인(伏忍), 유순인(柔順忍), 무생인(無生忍), 적멸인(寂滅忍)이라, 인욕(忍辱)의 상징이고. 물러서지 마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눈 팔지 않고 쟁기 수레 끌고 가니, 순일무잡(純一無雜), 용맹무퇴(勇猛無退), 정진(精進)의 상징이요, 생각 좀 놓으소.” 망념(妄念), 사념(邪念), 분별심(分別心)도 없고, 느릿느릿 분주하지 않아 고요하니, 선정(禪定)의 상징이며,

잘 판단하소.” 분별지(無分別智) 경지에서 해야 할 일, 하지 않을 일, 밝게 꿰뚫어보니 반야(般若)를 상징하네. 이 모든 것 소가 가진 육바라밀(六波羅蜜) 성품이니.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 없는 소 찾으려 애쓰지 말고, 마음속에 소 한 마리씩 키우자. 소는 누가 키우나? 누가 키우긴? 너와 내가 함께 키워야지.

 

우리는 이제 새해일출 앞에서 자기의 소원을 빌 것이 아니라, 대일여래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마음속에 모셔야 합니다. 쓰지 않아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반야의 육바라밀을 드러내고, 단시·정계·안인·정진·정려·지혜의 육행을 실천하기를 서원해야 합니다. 어렵다고 말하지 마세요. 알고 보면 소도 삼밀로서 육행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심우도(尋牛圖)’에서 동자는 어디에서 소(본심)를 찾았습니까? 멀고도 긴 여행 끝에 찾지 못했던 본심을 결국 마음속에서 찾았습니다. 쓰지 않으면 본심은 자꾸 가려져 버립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회당대종사님께서 가르쳐주신 수행법 삼밀이 있습니다. 항상 삼밀, 즉 신밀(몸으로 육행), 구밀(입으로 육행), 의밀(뜻으로 육행)입니다.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몸과 입과 뜻으로 어긋남 없이 육행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항상 삼밀은 우리의 본심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수행법입니다. 더 이상 복을 달라고 빌지 않아야 합니다. 항상 삼밀로써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삼라만상들은 모두 다 삼밀작용을 하고 있다. 삼밀은 원락삼밀과 항상 삼밀이 있다. 원락삼밀은 시간을 정하여 갖추어 행하는 것이요, 항상 삼밀은 일상생활 가운데 몸과 입과 뜻으로 어긋남 없이 복 짓는 것이다.”<실행론 3-2-1>

 

이행정 전수/무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