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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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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인사이동으로 인해 23년간 경상도 지역에서 교화를 하다가 고향인 서울의 심인당에 부임하여 새해 49일 불공을 하면서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참회를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 늘 어리게만 느껴졌던 두 아들도 성장하여 20대의 성인이 되었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지금의 이 순간이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낳아주시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그 환경을 원망하기보다는 한결같이 서원해주셨던 친정어머님의 깊은 마음이 느껴져서 남몰래 눈물이 나기도 하였다

 

모태신앙으로 아주 어릴 적부터 심인당에 다녔고, 속명도 심인당에서 스승님이 지어 주셨지만 철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교회를 몰래 갔다가 친정어머님께 혼나기도 했고 소심한 반항도 하였지만 그러한 인연으로 심인당에 가는 습관이 배어서 자성학교, 학생회, 청년회 활동까지 자연스레 하게 되었고 어느 틈에 나의 마음속에는 배우자의 종교는 나와 같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년회 시절 울릉도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태풍으로 인해 56일의 일정 이 910일의 일정이 되었고 갑자기 만들어진 가장 감명 깊었던 경전 나누기라는 프로그램의 시간 중에 대부분의 법우들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부모님에 대한 참회를 많이 하였고, 그 당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나 역시 좀 더 보람되게 살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기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회당학회에 간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친정 부모님이 안 계신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시부모님은 교화를 하겠다는 정사님의 의지와 3대째 심인당에 다니고 있었던 나를 보고 결혼승낙을 하셨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스승이 되어서 교화를 하면서 친정어머님의 그 바다와 같은 마음을 알 수가 있었던 것 같다. 결코 나는 내 힘으로만 살아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불같은 성격의 친정아버님 때문에 힘드셨지만 늘 묵묵히 참고 한 번도 그 원망을 내게 하지 않으셨다. 인연의 사슬인지 신기하게도 열반하신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은 출생연도도 같고 불명도 맨 앞의 한 글자만 빼고 같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부득이 전기인 실업계 고등학교에 원서를 냈지만, 후기인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야 대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기에 전기인 고등학교 시험에 떨어지려고 친정어머님께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 해놓고 막상 도서관에 가서는 소설책만 보기도 했었다. 그렇게 공부를 안 했으니 당연히 합격자 발표날 떨어질 것 같아 그 학교에 안 가려고 했지만 자성학교 친구가 꼭 될 것 같다며 같이 가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딱 커트라인에 걸려서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운이 좋아서 합격한 줄만 알았었다. 그때도 친정어머님은 철없는 딸을 위해서 불공을 하셨다는 것을 또한 그 인연으로 합격하게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서야 알 수가 있었다

 

늘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어진 성품의 친정어머님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무렵 지병인 고혈압으로 인해 너무도 갑자기 내 곁을 떠나 법계의 품으로 가신 것이었다. 한참 방황 아닌 방황(심인당을 몇 주 안가는)을 하기도 했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잠시 보험 설계사로 일하셨던 친정어머님은 내가 보험회사에 입사해서 내근사원이 되기를 바라셨고, 친정어머님의 서원대로 고등학교 3학년 때 공채로 대기업 보험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친정어머님은 본인께서 스승의 길을 굉장히 걷고 싶어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일체의 언질도 없으셨다. 어쩌면 마음으로는 서원하셨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나중에 내가 스승의 길을 가게 되었을 때 친정어머님의 그 한결같고 간절했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부모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라는 것과 부모와 자식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실행론 393(5-6-10) 10절 부모와 자식 () 심덕(心德)은 근본이고 재물은 끝이다. 부모가 심덕을 밖으로 하고 재물을 안으로 하면 자식이 다투며 서로 빼앗는다. 부모가 심덕을 닦으면 자식이 잘된다. 심덕을 현실로 주려 하지 말고 안에서 닦아 비춰주어야 한다. 자기 자식을 알지 못하는 것은 부지기묘不知己苗 격이니 부모는 자식의 허물을 알아야 하고 자식은 부모의 허물을 알아야 한다. 자식의 형제들이 우애가 있도록 하려면 내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 의 내용과 실행론 394(5-6-11) 11절 자식에 대한 애착심 () 자식에 대한 애착[]을 끊으면 그 공덕의 과는 빨리 온다. 이 법을 믿으면 다른 곳에 의뢰하지 않는다

 

자식이 불효하면 애착을 끊어야 자식에게 유익함이 있다. 자식의 병보다 자식에 대한 집착병이 더 크다. 자식을 생각할 때에 물질로 애착을 가지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의 복덕을 주어서 잘 되게 해야 한다. 구속은 법률을 발달시키고 자유는 종교를 발달시킨다. 자식에게 애착을 두면 큰 자식이 되지 않는다. 의 내용과 같이 자식을 위해 말없이 묵묵하게 인내하면서 심덕을 닦으셨던 친정어머님의 서원처럼 나 역시 자식에게 현실적인 것을 물려주는 부모이기보다는 자녀들 스스로 본인들이 평생 보물처럼 지닐 수 있는 진리를 물려주려고 한다. 또한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이니까 당연히 부모 말을 들어야 하지.’ 하며 자식에 대한 애착심을 너무 가졌던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참회도 해본다. 또한 부족한 내가 친정어머님의 간절한 서원과 손주 대에서 스승이 나오길 바라셨던 시할머님의 평생 서원대로 스승의 길을 가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참된 스승이 되는 것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친정어머님과 시할머님, 시어머님의 크신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광원 전수/능인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