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도학군자(道學君子)가 글 가르치고 돈 받는 법이 없어. 지금은 학교가 사회 교육 제도로 되어 가지고서 선생이 국가의 법으로서 모두 월급을 받게 되었지만, 옛날에 그 사회 교육 제도가 발달되기 전에 자기가 자기 사랑에 앉아서 글을 가르치고 그래서 돈 받는 건 거의 없어. 저 보라고 굶어 죽어도 안 받어. 그러니까 사제 간 의(義)가 그렇게 두텁지. 스승・제자의 의라는 것이 그렇게 두꺼운 거다. 부모와 임금과 스승과 똑같이 대접하는 거야.”(‘탄허 스님의 선학 강설’ 본문 146쪽)
선각자 탄허 스님의 강설을 열반 40년 만에 문자로 복원한 책 ‘탄허 스님의 선학 강설’이 나왔다. 40년간 수백 개의 테이프에 채록된 생생한 육성 법문 가운데 ‘주역’은 물론 ‘논어’, ‘맹자’, ‘도덕경’ 등 여러 고전과 여러 고전과 ‘치문’, ‘서장’, ‘선요’, ‘도서’의 핵심을 가르는 탄허 스님의 강설을 5개의 장으로 나눠 수록했다.
유불선의 깊은 지혜를 삼켜 하나로 꿰뚫어 설명하는 ‘탄허 스님의 선학 강설’은 막힘없이 명쾌하다. 책 곳곳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일러줄 명문장과 명료한 가르침이 보석처럼 빛난다.
특히 탄허(1913~1983) 스님의 탄신 110주기이자 열반 40주기에 문자로 들려오는 탄허 스님의 생생한 육성 법문 그 자체다. 구어와 사투리를 의미가 통하는 범위 안에서 가급적 채록해 탄허 스님 말투와 강의의 현장감을 살렸다. 간혹 인용하는 출처 불명의 고전을 찾아 원고에 반영하고, 강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설화, 개념 등 1,042개에 달하는 친절한 각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