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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선승, 범일국사

밀교신문   
입력 :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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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저자·불광출판사 펴냄·3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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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일국사는 당나라에 유학해 선불교를 배우고 돌아와 우리나라에 선종의 뿌리를 심은 고승이다. 특히 그가 연 사굴산문은 구산선문의 대표 산문으로, 이후 순천 송광사의 보조지눌과 양주 회암사의 나옹혜근 등 거목들이 배출하기도 하였다. 특이한 점은 그런 선승이 민간 신앙 제례로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추앙된다는 점이다. 우리 불교사에서 생불(生佛)이나 신이승(神異僧)으로 평가받는 다른 고승(高僧)들과 달리 민간 신앙적 변형을 거친 독특한 경우이다.

 

저자 자현 스님은 범일국사가 강릉 지역의 대표적인 민간 신앙 제례인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된 사연을 분석한다. 범일국사는 민간의 신앙과 어떻게 결합되어 주신으로 정립되었는지, 불교의 틀을 넘어 신으로 숭배되는 독특한 이력의 고승으로 변모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범일국사의 탄생과 출가, 입당 유학 시기는 물론 귀국 이후의 행적을 정리한다. 다음으로 앞서 복원한 범일의 생애를 바탕으로 명주 지역 신격화 및 민간 신앙으로의 확대 수용과 변형, 그리고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확립되는 과정에 대해 살핀다.

 

저자는 이 두 자료의 관계를 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한다. 그리하여 범일이 자장 이래 신이승적 면모를 계승하는 민간 신앙적 측면에서 대관령 국사성황신과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더 분명하게 밝힌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주장은 기존에 있던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조선 후기에 김유신에서 범일로 변화했다는 주장이나 대관령 국사성황신의 국사가 범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산신이나 성황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주장 등과는 다른 관점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