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비로자나불은 무상불(無像佛)이다

밀교신문   
입력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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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는 부처와 중생뿐이다. 부처는 법신 비로자나불이요, 중생은 본유살타(本有薩埵)로써 이를 보리살타(菩提薩埵)라 한다. 법신 비로자나불과 본유살타는 마하 비로자나불로부터 같은 시간에 같은 몸으로 출흥(出興)하였다. 그러므로 비로자나불과 본유살타는 같은 몸이다. 그러나 중생은 어느 때부턴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본성을 잃고 업()을 지어 윤회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날 것을 알고 마하 비로자나불이 형상 없이 빛으로만 존재하는 법신 비로자나불을 동시에 출흥시킨 것이다. 이유는 언제든지 근기와 때가 되면, 반본환원(返本還源)하는 법을 설하기 위함이다. 형상 없는 빛으로, 나를 닮은 빛으로, 영원을 가진 빛으로, 본유살타로 하여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법을 설하신다. 이 이치를 깨달아 전한 법이 진각성존께서는 당체법문이라 하였다.

 

초기 대승경 금강경무릇 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한 것이라,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으로 보면, 즉시 여래를 본다<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고 했으며, 또한 만약 모양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라, 여래는 보지 못할 것이니라<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하여 모양으로 부처를 보지 말라는 무주상(無住相)을 설하고 있다.

 

화엄경’39품 중에 비로자나불이 자수법락(自受法樂) 하시면서 설한 두 품의 법이 있다. 30 ‘아승기품은 법계의 수()를 밝힘이오, 35 ‘여래수호광명공덕품은 비로자나불의 위신력을 받은 천고(天鼓)가 소리를 통하여 불의 공덕을 전할 뿐이다. 결국 비로자나불의 설법은 아니다.

 

불교사원은 부처님상을 모시지 않는 곳이 없다. 깨달음을 증명하는 보리수(菩提樹)를 신앙하는 스리랑카도 보리수 곁에 불상을 모시며, 달마선을 공부하는 선종도 불보살상을 모시고 예경한다. 모두 법신 비로자나불의 화신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예경하고 있다. 현교에서 머리형이 나발형인 비로자나불을 모시지만, 밀교에서는 머리에 화관(華冠)을 쓰고 손목에 팔찌를 하고, 목에는 영락(瓔珞)으로 장엄한 비로자나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본유살타를 위한 무상(無相)과 무언(無言)인 빛을 나타내는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이 빛으로만 표현한 사원이 있다. 북인도 히마찰 프라데쉬주 해발 3,242m에 위치한 스피치마을의 타보사(Tabo)이다. 타보사는 1,000여 년 전 린첸상뽀(958~1055)스님이 108사원 건립의 서원을 세우고 알치사와 숨다사 등을 세우면서 서티벳왕 라데(Lha-de)의 후원으로 왕족 출신 장루베스님의 건축조각으로 창건(996)한 금강계만다라 진수인 37존상을 모신 사원이다. 큰 돔톤라캉<大毘盧遮那佛堂>을 중심으로 작은 돈톰라캉, 금당, 만다라당, 미륵당, 호법존당, 백당, 존자당이 배치되어 있다. 밖의 모습은 마치 흙무더기처럼 보인다. 모든 당은 높이 1m 정도의 출입문만 있고 창문이 없다.

 

오늘날 14세 달라이라마승왕이 금강계만다라 깔라차크라(結緣灌頂) 불사를 행하는 근본사원인 타보사의 큰 돈톰라캉은 동서로 놓인 직사각형 단층 흙집이다. 건물 동편에 가까운 남쪽에 1m 높이의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제1(콘깡)이다. 홀은 사면 벽에 불보살의 만다라가 칼라로 그려져 있고 기도승이 머무는 숙실이 있다. 어두워서 자세하게 볼 수 없다. 통로인 제2실 천장에 가로세로 90cm 정도 하늘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따라 제3(gisug. Lha-Khang) 본실로 들어간다. 본실은 사면 벽, 화려한 만다라도상 위에 흙으로 삽상한 32존상이 중앙을 바라보면서 허공에 좌정하고 있으며, 홀의 서편에 수미산을 중심으로 4종 성수(聖獸)의 위호(衛護) 받으면서 동서남북을 향한 주존(主尊) 4바라밀보살상이 전법륜인(轉法輪印)을 결한 채 정좌하고 있다. 주존 뒤편은 아미타불과 권속보살 등 5존상이 벽화와 함께 있는 제4(디짼캉)이다. 이 모든 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제3실 중앙 천장에 가로세로 180cm 정도 크기의 하늘 창에서 들어오는 빛뿐이다. 이 빛이 마하 비로자나불(理佛)이며, 청정 법신 비로자나불(智佛)이다. 삽상의 36존상과 빛의 상을 합하여 37존상이며, 디짼캉까지 합하여 42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하 비로자나불로부터 법계체성지(根本佛母)의 공능을 지닌 법신 비로자나불이 출흥하며, 비로자나불로부터 4바라밀을 출흥시켜 가지 관정하여 불모(佛母)가 되게 한다. 4불모로부터 4불을 출흥하여 비로자나불에 공양한다. 비로자나불은 아축불은 자성법신, 보생불은 공덕법신, 아미타불은 수용법신, 불공성취불은 변화법신이 되게 관정한다. 이것이 금강계만다라 37존 상호공양 시작이다.

 

진각성존은 비로자나불을 교주로, 육자진언을 수행본존으로 하는 수행하는 심인당을 비로자나불의 금강법계궁으로 불상을 모시지 않은 이치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1,000여 년 전에 빛의 비로자나불을 표현한 타보사와 같다. 이것을 보아도 진실한 깨달음의 경지는 시대, 장소, 사람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각성존의 깨달은 육자진언의 묘리가 곧 비로자나불 빛의 당체법이다. 태양이 하늘에 빛나고 있어도 눈먼 자는 볼 수 없고, 천둥이 아무리 크게 치더라도 귀먹은 자는 들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비로자나불의 불가사의한 대광명은 일체처에 두루하며, 무상(無像)이요, 무위(無爲)로써 멸함이 없으며, 밝고 어둠이 없으며, 시간도 상관하지 않는 자연법이 천진불(天眞佛)이다. 이것이 유일한 무상불의 밀교 개종(開宗)이요, 새로운 수행법으로 창교(創敎)하신 진각성존의 진의이다.

 

진각종 원로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