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한 파크골프공, 둥글둥글한 삶

밀교신문   
입력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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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장년층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활 스포츠를 꼽으라면 단연 파크골프다. “걸으면서 즐기는 골프라 불릴 만큼 부담이 적고, 운동과 대화가 동시에 가능해서 건강과 관계를 모두 챙길 수 있다.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평지에 조성되어 있지만, 산내 OK파크골프장은 조금 다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단순히 걷는 운동을 넘어 푸르른 잔디속에서 마치 인생의 굴곡을 미리 체험하는 듯한 특별한 맛이 있다. 공이 굴러내려 가는 순간, 선수는 물론 구경꾼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파크골프뿐 아니라 축구·야구 같은 구기 종목의 공은 하나같이 둥글다. 그런데 둥근 공은 내 뜻대로만 굴러가 주지 않는다. 연습할 때는 곧잘 맞더니, 막상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삐딱하게 굴러간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계획표는 그럴듯하게 짜놓지만, 정작 현실은 예상 밖의 변수가 더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억지가 아니라 겸손이다.

 

파크골프에서 교만한 마음은 곧바로 OB(Out of Bounds)를 부른다. “이번 샷은 무조건 홀인원!” 하고 힘껏 치다 보면, 십중팔구 공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반대로 차분히 숨 고르며 마음을 낮추면, 오히려 공이 홀컵에 바짝 붙는다. 인생도 그렇다. 괜히 잘난 척을 하고 남과 비교하면 나 스스로 괴롭고, 둥글둥글하게 받아넘기면 오히려 새로운 길이 열린다.

 

파크골프의 묘미는 점수판에 있지 않다. 누구와 함께 걷고, 어떤 대화를 나누며, 어떻게 웃었는가에 있다. 한 보살님이 오늘 스코어는 잊어도, 함께한 웃음소리는 오래 남아요라고 하셨다. 우리 수행도 다르지 않다. 심인당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몸과 입과 마음으로 부드럽게 나누는 삶, 그 자체가 곧 포교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는 태도, 뜻대로 되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여유, 함께할 때 기쁨이 배가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법문인 것이다. 나의 걸음걸이와 웃음, 퍼팅하는 자세 하나가 이미 부처님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파크골프장에서 공 치며 노는 게 무슨 수행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함께 웃고 걷는 그 순간이 바로 불심을 나누는 자리다. 둥글둥글한 공처럼, 우리 삶도 부드럽게 굴려가며, 부처님의 향기를 은은하게 전해보자.

 

천헤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