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강력한 행동

밀교신문   
입력 : 2025-09-30  | 수정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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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제주도에는 폭염 특보가 발령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돈다. 추분이 지났고,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다가오는데도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절기상으로는 벌써 가을이지만, 여름은 쉬이 떠나려 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고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을 줄이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생태 전환을 말한다. 붓다께서 알려주신 연기(緣起)의 이치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한다는 것이며, 연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이 상의상존하는 관계 속에 있다. 이 이치에 따라 살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탄소문명과 이기주의의 기반 위에 서있다.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에 전환이 쉽지 않다. 국제 정세는 자국 우선주의라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전쟁마저 불사한다. 이런 상황이니 기후위기를 넘어서자는 목소리는 한가하게 들릴 지경이다. 탄소문명에 기반한 거대 시스템은 힘이 세다. 큰 강의 물줄기 흐름처럼 도도하다. 그런데도 새길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장나기 때문이다. 붓다의 가르침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하나? ‘기후 붕괴에 대한 다르마 스승들의 공동성명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성명서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스승과 수행자들이 동참했으며, 2014년 발표되었다.(아쉽게도 한국인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 분야의 국제 교류가 미약한 까닭이다.) 이 성명서는 행동을 강조하는데, 개인적·집단적·제도적(구조적) 행동이다.

 

제도적 행동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변화가 일어나려고 한다면 우리는 권력의 중심부에 침투해 있는 강력한 화석연료의 이익에 맞서야 한다.” 제도적 행동은 개인으로서도 가능하지만, 집단을 이루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집단행동의 힘에 용기를 얻어야 합니다. 불교 신자들은 승가(僧家)의 다른 신자들과 힘을 합칠 수 있으며, 역사는 일치되고 단결된 집단적 노력을 통해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들이 끊임없이 실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개인적 행동은 진리(연기)에 의지하고, 수행하여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소비 특히 식생활은 내가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은 강력한 행동이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동물권을 파괴하는 공장형 축산물의 소비가 줄면 생산도 준다. 불교환경연대는 매년 복중에 채식하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채식 요리법도 알려준다. “생명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복날 인간의 몸보신을 위해 집중적으로 살생하는 복날 문화를 전환하고자 함이 캠페인을 하는 이유다. 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는 200만 명(전체 인구의 4%)쯤으로 추산한다.[한겨레21, 2022.8. 1424-1425호 통권] 채식을 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69%), 다음이 환경보호를 위해 26%. 종교적 이유라는 응답은 5%(10만 명)인데, 채식을 적극 권하는 불교의 인구가 870만 명쯤 되는 것에 비해 너무 적다. 정작 불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