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인당 앞마당에 심은 작은 생강 한 뿌리가 수행과 화합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씨 생강을 한 땀 한 땀 심고, 수십번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며 가꾼 끝에, 쌀쌀해진 11월 마지막 주 생강을 캐냈다.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생강으로 편강을 만들고, 남은 설탕에 대추와 도라지, 계피를 더해 오래도록 끓인 생강차를 전수님께서 친히 준비해 주셨다.
자성일을 맞아 각자님과 보살님들께 공양으로 올린 편강과 생강차는 달달하면서도 쌉쌀한 맛으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심인당에서 염송 소리를 들으며 자란 생강이기에, 그 온기는 더욱 깊게 전해지는 듯했다. 찬바람 부는 날 한 모금 마신 생강차는 과하지 않은 생강의 매운맛과 절제된 단맛, 대추와 계피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져 조화로움을 보여주었다. 도라지의 쌉쌀함은 자연스럽게 스며들 뿐, 어느 하나 과하지 않았다.
차 한 잔을 마시며 문득 생각이 이어졌다.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이 차가 유난히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각 재료가 제 역할을 하되, 자기주장만을 앞세우지 않고 서로를 살려주는 모습이었다. 만약 생강의 매운맛이 강했다면 우리는 물이나 설탕을 더해 균형을 맞추려 했을 것이고, 단맛이 지나쳤다면 또 다른 재료로 이를 덮어주려 했을 것이다. 이처럼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드러날 때 불균형은 생기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어울릴 때 최고의 맛이 완성된다. 이는 중생의 삶 속에서 화합을 이루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네 세상사와도 다르지 않다.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앞설수록 갈등은 깊어지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안을 때 화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정도(正道)를 세우면 저절로 사도(邪道)가 사라진다”는 실행론 말씀이 있다. 정도를 세운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지심으로 참회하고 실천을 이어가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의 근본에는 언제나 선한 마음, 즉 선(善)이 자리하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불공을 맞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선한 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작은 실천이 모일 때, 심인당의 생강차처럼 은은하고 깊은 향기로 퍼져 나갈 것이다. 화합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선한 마음을 실행으로 옮길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천혜심인당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