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를 맞이하며 모든 국민과 불자 여러분의 가정에 평안과 건강이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병오년(丙午年) 새해는 불의 기운을 지닌 해이지만, 그 불은 서로를 태우는 불이 아니라 어둠을 밝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지혜의 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달라 마음이 멀어지고 상처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며 지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오신 분들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불교는 오래 전부터 이 모든 혼란의 시작이 밖이 아니라 마음에 있음을 이야기 해 왔습니다. 마음이 급해질수록 말은 거칠어지고, 집착이 깊어질수록 갈등은 커집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돌아보는 여유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 신뢰와 공감의 길로 나아가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불교의 장자 종단으로서 국민의 곁에서 마음의 쉼이 되어 드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는 든든한 벗이 되겠습니다.
첨단 과학과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괴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해답은 경쟁을 줄이고 마음을 돌보는 데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안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길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여 대한불교조계종은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선명상을 더 널리 전하고자 합니다. 선명상은 특별한 수행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아주 쉬운 마음 연습입니다. 이 작은 실천이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에 평안과 회복의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불교박람회와 연등회 같은 문화 행사를 통해 세대와 생각의 차이를 넘어 함께 어울리고 공감하는 자리를 넓혀 가겠습니다. 연등의 따뜻한 빛처럼 서로를 비추며 함께 가는 사회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병오년 새해,
분노의 불은 내려놓고 지혜와 자비의 불을 밝혀 서로의 마음을 덥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질 때 우리 사회의 내일도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새해에도 국민 여러분 모두의 삶에 평안과 희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