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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70년 병오년(丙午年) 종단 신년사> 종의회의장 증혜 정사

밀교신문   
입력 :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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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80년, 기지개를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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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2026, 병오년(丙午年)의 붉은 태양이 힘차게 솟아올랐습니다. 올해는 우리 종단이 기치를 드높인 지 8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자, 지나온 영광을 발판 삼아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라 할 것입니다.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이하여,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온 누리에 충만하고, 진각행자 가정마다 모든 공덕이 원만히 성취되기를 심인(心印)의 마음으로 간절히 서원합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무엇을 합니까? 굳어있던 몸을 일깨우는 기지개를 켭니다.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어 올리고 웅크렸던 다리를 쭉 펴내는 이 동작은, 단순히 근육을 푸는 행위를 넘어,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기운()을 깨웁니다. 그래서 기지개는 결코 단순한 몸짓이 아닙니다. 긴 잠에서 깨어나 준비 없이 움직이게 되면 몸이 상할 수 있기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로운 완충 작용이자, 우리 몸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생명력을 꽃피워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희망의 신호탄인 것입니다.

 

진기 80년을 맞이한 우리 종단도 이제 지난날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향해 힘차게 기지개를 켜야 할 시점입니다. 이때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바로 마음의 기지개입니다. 마음의 기지개를 켜게 하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초심(初心)’에서 비롯됩니다. 진정한 초심은 미숙하고 서툰 초심자의 마음이 아니라, 수많은 수행을 통해 모든 경계를 허물고 다시 근원으로 돌아간 대가(大家)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안주(安住)하려 한다면, 이미 멈춘 것이며 퇴보하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는 고여 있는 물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몸과 마음, 그리고 심인의 기지개를 활짝 켭시다. 그리하여 늘 깨어있는 초심의 자세로 다시 한번 진각의 찬란한 새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가길 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