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렌즈로 포착한 절집의 미학을 담은 책 ‘곱게 늙은 절집’이 20주년을 기념해 개정 증보판으로 출간됐다.
사진가 심인보의 ‘곱게 늙은 절집’은 이 조용한 역설에서 출발한다. 기업 CI 분야 아트디렉터로 오랫동안 이미지와 상징을 다뤄온 그는, 난치병을 얻은 뒤 무작정 찾아든 개암사에서 절이 주는 푸근함에 눈을 떴다. 그 경험이 전국의 숨은 사찰을 10여 년간 발품 팔아 찾아다니게 했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디자이너에서 사진가로,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읽어온 그의 눈은 보통 사람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서 멈춘다. 개심사 심검당의 휘고 굽은 기둥,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통째로 서까래가 된 기둥, 선암사의 묵은 욕심을 씻어 내는 공기.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가의 감각으로 25곳의 절집의 가장 깊은 표정을 건져낸다.
저자는 단지 절집의 풍경을 설명하지 않고, 각 공간을 현실과 충돌시키며 낯설고 예리한 각도로 우리 삶을 읽어낸다. 불사라는 이름으로 콘크리트가 들어서고 날 선 새것들이 고풍을 밀어내는 현실이 왜 우리의 쉼을 빼앗는지, 스님들에게서 직접 들은 전설과 유래가 절집의 공간과 맞닿으며 예상치 못한 깊이로 전개된다.
이번 개정증보판는 구판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절집의 세밀한 표정과 변화된 풍경을 사진가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으로 다시 담아냈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