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대신 어른다움
물건이 담긴 봉지보다 봉지를 건네는 손에 주름이 더 많은 걸 알게 될 때, 집을 나가면서 스마트폰보다 휴대용 장바구니를 먼저 챙길 때, 내 앞에 끼어들려는 운전자를 보고 찡그리는 대신 길을 터줄 때, 할 말이 잠시 끊겨도 침묵이 주는 편안함을 알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기다려줄 때, 주변을 살피는 여유가 생기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내가 알고 있던 비좁은 세계에 틈이 생기고 더 넓은 세계에서 비추는 빛이 들어오면서 어릴 때 이해하지 못했던 수수께끼가 서서히 풀린다. 가령 엄마가 맛있게 먹던 나물의 맛을 이젠 내가 찾아 나서게 되거나, 봄을 알리는 꽃봉오리를 보고 설레는 모습을 따라 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사는 채소의 싱싱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어른 형세를 하며 으쓱거리다가도, 막상 내가 원하는 어른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 내 모습은 어릴 때 내가 꿈꾸던 어른의 모습에 얼마나 가까울까?’ 막내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어느새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업무 ...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