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약물이 올바르게 도달하도록 하는 안전의 최후 보루”

밀교신문   
입력 : 2026-07-01  | 수정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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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정영심 약사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전문성 필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환자와의 공감 능력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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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 약제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보통 약사라고 하면 약을 조제하는 일만 떠올리실 텐데 병원 내 약사의 역할을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물론 입원 및 응급실 환자, 외래환자에 대한 조제 및 투약도 당연한 업무이며, 2009년에는 ‘임상시험 의약품 관리’를 맡아 새로 개발된 신약에 대한 통제 및 관리를 한 적도 있고, 2013년에는 ‘의약품 부작용 관리’를 통해 약물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고, 관리 등 약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스마트 약국 구축사업’의 책임을 맡아 조제 자동화 프로세스 설계 및 도입에 대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이 업무를 진행한 결정적인 계기는 ‘한국병원약사회’를 통해 핀란드의 병원 약국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2015년부터 10여 년간 준비 끝에 스마트 약국 구축을 완성했습니다. 스마트 약국은 항암제 조제로봇, 스마트 창고 로봇 등 다양한 스마트 장비를 도입하여 조제 정확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것인데, 고가의 장비라 할지라도 병원의 시스템과 장비를 조율하는 약사가 필요하고 제가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2025년 서울특별시장 표창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학대학에 입학, 6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약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해야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공식 면허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약사 면허를 얻고 나면 △개국 및 근무약사 △공직 약사(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제약회사 및 연구소(신약개발) △병원 약사 등의 진로가 있는데, 개국 및 근무 약사가 가장 많은 비율로 재직하고 있고, 병원 약사는 적은 편입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에는 180여 명의 약사가 하루 15만 건의 처방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병원 약사는 의료기관 내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처방 검토(약물 적정성, 중복 투약, 상호작용, 다각도 전산 대조) △다학제 팀 의료(의사, 간호사와 동행 회진하며 최적의 치료 전략 수립) △스마트 조제(로봇 및 스마트 장비를 활용한 조제 정확성 극대화) △임상약제 서비스& 환자 소통(퇴원약 복약 상담 및 맞춤형 약물치료 설계) △의약품 관리 및 정보(신뢰할 수 있는 약물 정보 제공 및 적시 공급) △임상시험 및 모니터링(신약 연구 참여 및 부작용 실시간 평가)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약국’의 필요성은 다양합니다. 아산병원은 전국에서 항암제 처방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고, 개개인의 처방이 다 다릅니다. ‘항암제 조제 로봇’을 통해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엄격한 수액 혼합 등 조제를 정밀 수행하여, 미세 오차를 완벽하게 배제하고 고도의 무균 환경을 유지합니다. 또한 고위험 세포독성 약물 취급 시 발생하는 유해 가스 노출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무겁고 날카로운 유해 파쇄 및 주사침 찔림 등 상해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약사를 위한 방패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또한 마약류 사용도 전국 최대인 만큼 ‘지능형 캐비닛(ADC)’를 이용, 생체 인식 보안으로 의료용 마약류 접근시 지문 인식 및 이중 잠금 제어를 통해 강력한 통제할 수 있으며, 누가, 언제, 어떤 환자에게 약을 꺼냈는지 수불 이력을 100% 실시간 자동 모니터링 기록하여 투명한 추적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조제 로봇’은 의약품을 박스 상태로 보관하여 유효기간 및 재고관리 자동화, 처방에 따라 자동 조제를 불출합니다. 580종 이상의 의약품 이미지를 사전 등록, 내장된 카메라로 조제된 파우치 속 약품의 종류와 수량 정확도를 실시간으로 판독할 수 있으며, 설정값 오류시 파우치에 직접 마킹 표시를 남겨서 육안 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렇게 ‘스마트 약국’을 운영하면 약사들이 병원 내에서 조제를 뛰어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기술 덕분에 확보된 업무시간을 환자 곁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학제 팀 의료는 주치의와 간호사가 동행 회진하여 정밀한 약물 설계가 가능해지고, 심층 상담을 통해 만성 및 다제 복용 고위험군에 대해 전담 개별 복약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약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환자에게 최고 수준의 약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과 연구를 수행합니다. 약학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 및 교육을 진행하고, 한국병원약사회, 미국병원약사회 등 학술 활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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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로서 슬기로운 약 복용을 위해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숨기지 말고, 내가 먹는 모든 약 알리기’입니다. 왜 알려야 할까요? 나타난 증상이 단순 질병 때문인지, 기존 약과의 부작용(충돌) 때문인지 구별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평소에 처방받은 약이나 복약안내문(약 처방 봉투 등)을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활용하면 됩니다. 처방 약 외의 영양제, 비타민, 건강보조식품도 약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두 번째는 ‘마음대로 쪼개지 말고, 용법 그대로 지키기’입니다. 반으로 자르거나 가루로 만들면 약효가 소실되거나 부작용이 폭증될 수 있으며, 증상이 같다 하더라도 기저질환이 다르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타인의 약은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냉장고 맹신은 금물! 올바르게 보관하고 버리기’입니다. 모든 약은 냉장 보관이 아닙니다, 지정된 약품만 냉장 보관이며, 대부분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서랍에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안약은 남겨뒀다 다시 쓰는 것은 금물입니다. 또한 사용하지 않은 약은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리지 말고, 환경보호를 위해 약국이나 보건소의 ‘폐의약품 수거함’을 이용해야 합니다. 

 

미래 약사를 준비하는 인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먼저 단순한 정보 암기를 넘어 복잡한 신약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고차원적인 의사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종합 메디컬 상담가로서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많은 의료 AI예측 시스템을 도구로 활용하여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해석 능력을 갖춘다면 더욱 훌륭한 약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심리적 지지가 환자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약사가 직접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이 이해도 빠르고, 받아들이기도 쉽습니다. 약사는 단순히 처방전에 적힌 약을 지어주고 전달하는 수동적 공급자가 아니라 처방 단계부터 투약 직전까지 약물이 올바르고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수없이 확인하는 환자 안전의 최후 보루입니다. 

 

대형병원 약국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되는 곳입니다. 그만큼 힘들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아 회복했을 때 저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병원 약사로서 지켜온 환자 안전의 사명감과 진각인으로서 심인당에서 키워온 자비심, 이 두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렸을 때 진정한 치유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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