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역광으로 보여주는 이웃집 감나무의 감빛깔이 너무나 곱습니다. 잘 익은 과일을 보노라면 그 빛깔이 ‘아름답다’기보다 ‘곱다’라고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문득 가을입니다. 결단코 끝내지 않을 것 같던 폭염도 어느새 사라지고 쌀쌀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나 청명하고 곱습니다. 물들어야할 잎들은 모두 노랗고 붉게 물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색깔이 넘쳐나지만 잘 익은 빛, 잘 물든 빛을 당해낼 빛깔은 없습니다. 그 속에는 충분하게 보낸 시간이 있으며 각각의 고운 영혼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 속에서 순간순간을 충만하면서 잘 익었기에 저리 곱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분주하면서도 영혼을 내려놓지 않은 사람은 곱습니다. 잘 익은 사람의 영혼은 과일 향기보다 달콤합니다.연보랏빛 향기가 물든 구절초 꽃 위에 빨간 고추잠자리가 내려앉았습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훨훨 날아갈 듯 씨앗을 품은 씀바귀 하나가 담벼락에 옹색하게 뿌리를 틀고 있는 것이 보입니...
2018-10-23